상장사 EVA(경제적부가가치) 10조 ‘사상최대’

  • 입력 2004년 6월 9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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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장사들이 새롭게 창출한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주와 채권자들이 기업 활동에 쓰라고 투자하거나 빌려준 돈을 매우 효율적으로 썼다는 얘기다.

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업 관리종목 등을 제외한 548개 상장사들이 지난해 만들어낸 EVA는 총 10조5946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92년 EVA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 금액이다.

▽실적은 좋고 금리는 떨어진다=조사 대상기업 중 삼성전자의 EVA가 4조816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SK텔레콤(1조7723억원) 포스코(1조4121억원) 현대자동차(8564억원) 등의 순이었다. ▼표참조

EVA가 플러스인 기업은 254개사(46.4%)로 사상 최대였다.

92년 조사 이후 12년 연속 플러스(+) 부가가치를 창출한 기업은 SK텔레콤과 삼성공조 등 2개사뿐이었으며 웅진닷컴은 10년 연속, 율촌화학은 9년 연속 플러스 EVA를 만들어 냈다.

주당 액면가를 5000원으로 환산한 주당 EVA 창출액은 SK텔레콤이 21만5416원으로 최고치였다. 그 다음은 롯데칠성음료(5만3051원) 롯데제과(4만782원) 삼성전자(3만1929원) 엔씨소프트(2만3478원) 등의 순.

EVA 총액과 주당 EVA가 모두 상위 30위 안에 포함된 기업은 SK텔레콤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삼성전자 포스코 신세계 태평양 한일시멘트 금강고려화학 현대모비스 등 10개사였다. 투하된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고 수준의 이익을 만든 기업들이다.

상장사의 EVA가 사상최대치를 보인 것은 지난해 장사를 잘해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저금리 추세로 기업들의 자본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비 지난해 △상장사 세후 영업이익은 10.0% 증가 △투자자본수익률은 0.5%포인트 증가 △이자 등 자본비용은 1.3%포인트 하락했다.

▽주가와의 연관성은?=산업별로 나눠볼 때 제조업의 EVA는 수출경기 호조로 2002년보다 117%가량 급증한 반면 비(非)제조업은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내수 침체로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가가치 생산에도 업종별 양극화가 나타난 셈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주명호 기업분석실장은 “주가는 단기적으로 시장수급 등에 영향을 받지만 EVA가 지속적으로 플러스로 나오는 기업들은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올해 실적호전 예상기업들의 EVA는 작년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주가도 이를 반영해 움직일 것”이라며 실적에 연동하는 투자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 기업들이 주주와 채권자에게서 조달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세후(稅後) 순 영업이익에서 이자 등 자본비용을 뺀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로 나오면 장부상 순이익이 났다고 하더라도 조달한 자본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손실을 낸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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