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協業 네트워크 건강해야 기업경쟁력도 높아진다”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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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과 LG전자를 중심으로 협력업체와의 ‘협업(協業)’이 국내기업의 경영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협력업체를 포함한 각 기업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게 경쟁력의 본질이라는 분석이 해외에서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마르코 이안시티 교수는 경영학 권위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 3월호에 게재한 ‘생태학으로서의 전략’이란 논문을 통해 “기업간 경쟁은 기업이 소속돼 있는 생태계간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생태계란 넓은 의미의 네트워크로 제품(부품) 공급자와 판매조직, 아웃소싱 기업, 기술 공급자 등을 포함한다.

이안시티 교수는 세계 초일류기업인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혀 다른 기업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성공 이유는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그들이 속한 생태계의 생산성이 높다는 것.

그는 월마트와 MS는 자신의 이익 못지않게 소속돼 있는 생태계의 건강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설립 초기부터 동종업계 경쟁사들과 달랐다고 분석했다.

저가 고품질 상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월마트의 가격 경쟁력은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월마트의 식료품은 동종업계에 비해 평균 22%의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14%포인트 이상의 경쟁력은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기호를 공급업체와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상품 공급업자들도 월마트에 부럽지 않은 이익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안시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노동력과 임대료 절감을 통해 월마트가 단독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은 7.5%포인트 수준이다.

MS도 윈도 XP와 같은 운용체제에 사용하는 개발도구를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사들과 우호적으로 공유하여 ‘워드 2000’과 같은 응용프로그램을 계속 내놓고 있다.

MS가 속해 있는 생태계는 시스템통합 관련 협력사 7752개를 비롯해 모두 3만7000개의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안시티 교수는 “건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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