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랩어카운트 불만↑… 운용주체 모호 분쟁 가능성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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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랩어카운트 상품인데 내 계좌 수익률은 왜 더 낮은 거죠?”(A증권 청담지점 투자자) “돈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겁니까? 다른 계좌만 신경 써 주는 것 아니에요?”(B증권 여의도점 투자자)

증권사들이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들의 잇따른 항의 전화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수익률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의 운용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 ‘1 대 1 상담을 통한 맞춤식 통합 자산관리’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다양한 투자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인기몰이에는 성공했는데=일임형 랩어카운트는 작년 10월부터 시중 자금의 돈을 급속도로 빨아들이며 금융시장의 최대 히트작으로 떠오른 상품.

4개월 남짓한 기간 랩어카운트 상품에 들어온 돈은 1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운용 시장을 노리는 국내외 투자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문제는 이렇게 급증하는 자금을 운용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대형증권사의 경우 계좌 수가 수천 개에 이르지만 이 자금은 사실상 본사의 펀드매니저 8, 9명이 맡아서 관리하고 있다. 1 대 1 맞춤식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대부분이 ‘공격형’ ‘안정형’ 등 본사가 짜놓은 몇 개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골라 투자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한 증권사의 FP는 “형식적으로는 각 지점에서 근무하는 FP들이 능력에 따라 돈을 굴려주는 것처럼 돼 있지만 대부분의 주요 업무는 본사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매매 주문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늬만 맞춤형 자산관리=금융전문가들은 현행 시스템이 앞으로 고객과 증권사간에 큰 분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 맞춤형 일임형 랩어카운트 약관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 투자자가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증권사가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여지도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운용 주체 등에 대한 약관이 모호하다”며 개정을 권유하면서 상당수 증권사가 약관 변경 및 운용 인력 보강에 나선 상태다.

계좌별로 일일이 주문을 내다 보니 비용 및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 같은 포트폴리오를 따라가는 개별 계좌의 수익률도 달라진다.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증권사들은 더 이상 수익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점 창구에서의 자산관리 컨설팅이 고작 30∼40분에 그쳐 상담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투자 성향과 목표, 재무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상담 및 자산 분석작업을 거치다 보면 보통 2주일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 FP들의 설명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부동산, 채권 등 다양한 분야로 자산관리 상담을 해주는 모양새만 내고 실제 자산관리는 수수료가 나오는 주식투자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일임형 랩어카운트 시스템으로는 통합 자산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란

:증권사가 투자자의 돈을 맡아 운용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상품. 주식 뿐 아니라 부동산 채권 등 투자 대상을 한꺼번에 싸서(Wrap) 관리해 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이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 전략을 세워 자산을 운용하도록 설계됐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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