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급등…세계경제 '빨간 불'

  • 입력 2004년 2월 27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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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상품 시세가 끝없이 뛰면서 올해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전 세계가 약 5% 성장해 2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의 예측은 빗나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호황 대신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원자재 가격 상승=25일(현지 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중질유(WTI)는 37.44달러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석유 가격은 2001년 5월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톤당 300달러를 밑돌던 핫코일(철강의 주 원재료) 가격도 이달 초 420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400달러 초반 가격으로는 한국에 핫코일을 팔 수 없다"며 수출을 중단할 뜻도 내비쳤다.

대두(大豆)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지난해 초보다 두배 정도 올랐다. 지난해 곡물 작황이 나빠 앞으로도 상당기간 곡물 가격은 상승할 전망.

LG경제연구소 이지평 연구위원은 "경기가 회복되는 미국과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중국 위주로 원자재 수요가 많다보니 지난해 말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금이나 원유 등에서는 일부 투기 자금까지 유입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물가가 뛴다=한국의 식품업체인 CJ와 대상은 지난해 12월 식용유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다. 농심과 한국야쿠르트도 라면값을 5% 정도 높였다. 콩과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값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해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H형강, 코크스 등 주요 철강 원자재 가격이 뛰어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5000억~6000억엔(약 5조~6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자동차, 아파트 등 철강 사용 제품의 가격이 연이어 오르고 있는 추세.

중국에서 거래되는 콘크리트 가격도 50~80위안(약 7400~1만1000원)씩 올라 부동산 개발비용이 ㎡당 1만5000원 이상 뛰었다고 KOTRA는 분석했다. 또 "최근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가 대부분이 물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원자재 수출국의 환율=지난해 초 호주 1달러는 695원 정도. 1년이 지난 이달 27일 호주 달러는 909원으로 29%나 올랐다(원화가치 하락). 최근 원유, 석탄, 철광석, 금, 알루미늄 등 호주가 수출하는 5대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호주 달러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었기 때문.

농산물을 수출하는 뉴질랜드도 마찬가지. 지난해 초 644원이었던 뉴질랜드 달러의 환율은 19일 810원으로 올랐다.

외환은행 시장영업본부 문영선 과장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원자재나 농산물을 수출하는 나라의 통화는 지난해보다 15% 이상 올랐다"며 "이는 곧 원자재 수출국이 수출품 가격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거세지는 인플레이션 압력=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올해 세계 경제는 '고(高)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달러 약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발행하는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2월10일자)도 '인플레가 온다'는 제목의 특집을 통해 "선진국 경제는 상호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올해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에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UBS증권 시라카와 히로미치(白川浩道) 수석연구원도 "디플레이션에 허덕이는 일본조차도 최근 부동산투자신탁에 자금이 몰리고 철강 제품 가격이 뛰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인다"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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