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출자총액제한' 완화될까

  • 입력 2004년 2월 27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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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을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재계가 그토록 원하는 출자총액제한 폐지 또는 완화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총리는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며 출자총액제한이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라면 고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당분간 출자총액 규제를 고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어떤 식으로 의견조율이 이뤄질지 관심사다.

강철규(姜哲圭) 공정위원장은 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미래경제포럼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출자총액 규제는 방만한 계열사간 출자를 억제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출자하도록 유도해 소유지배구조를 건전하게 한다"며 규제를 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강 위원장은 "현 상태에서 규제를 풀면 계열사간 다단계 출자로 가공 자산이 늘어나 소유지배구조가 더 취약해질 것"이라며 "SK 사태에서 보듯 한 계열사의 부실이 여타 계열사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외국자본의 침투가 용이해지고 경영권 위협이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말 마련한 시장개혁 로드맵에 따라 3년 후 기업의 내외부 견제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비로소 출자총액제한의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출자총액제한은 총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이 순자산의 25% 이상을 계열사를 포함한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1997년 폐지됐다가 2002년 4월 부활된 이 규제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자는 게 본래 취지.

하지만 재계는 이 규제가 대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으며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외국자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같은 재계의 애로사항에 대해 다소 호의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이 부총리는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따른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출자총액제한이 기업의 투자에 걸림돌이 안되도록 고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경부는 이 부총리의 '창업형 투자' 지원 방침에 따라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연구중이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을 폐지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게 재경부의 기본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와 공정위가 앞으로 출자총액제한을 둘러싼 시각차를 어떻게 정리해 나갈지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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