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물가 상승률 6년만에 최고…물가불안,기업 채산성 악화

  • 입력 2004년 2월 4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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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조류독감과 광우병으로 축산물 파동까지 겹치면서 1월 중 생산자 물가 상승률이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소비자 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 물가의 급등으로 물가 불안과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줄줄이 오르는 원자재 가격=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1월 중 생산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생산자 물가는 전월 대비 1.4%나 올랐다. 이는 지난해 12월 0.7%의 2배로 외환위기로 원-달러환율의 폭등으로 물가가 급등했던 1998년 2월(2.4%) 이후 5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

지난해 동기대비 상승률 역시 3.8%로 98년 11월의 11.0% 이후 가장 높았다.

분야별로는 설 특수에 조류독감과 광우병 등 축산물 파동의 직격탄까지 맞은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3.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고등어(68.9%) 조기(41.4%) 갈치(26.9%) 등 생선류와 돼지고기(14.0%)가 많이 올랐다. 닭고기와 쇠고기 가격은 수요 감소로 각각 8.4%, 5.6% 하락했다.

국제유가와 고철, 비철금속 가격 급등으로 공산품도 전월 대비 1.3% 올랐다. 경유(2.4%) 휘발유(2.1%) 나프타(5.8) 벤젠(23.8%) 등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원자재 가격 급등을 주도하는 중국=중국이 세계 원자재 시장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철광석 교역량의 30%가량을 소비했다. 올해도 7∼8%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의 원자재 소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달러화 약세도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원자재 공급국들은 달러 약세로 원자재 수출의 ‘실질이익’이 줄자 공급 가격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 투기자본도 원자재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투자를 늘려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유가는 2·4분기(4∼6월) 이후에나 안정될 전망이다.

한은 물가통계팀 김인규(金仁圭) 과장은 “물가 상승 요인 중 대부분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든 것이어서 2월 이후에도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채산성 비상=생산원가 상승으로 국내 기업의 채산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의 김도훈(金道薰) 동향분석실장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국내 소비침체로 오른 원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교역조건이 악화돼 생산이 늘어도 국민의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과도한 임금 상승을 막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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