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지금 살까 더 기다릴까…바닥보다 무릎서 사는 안목 필요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11분


코멘트
‘10·29 부동산 종합 안정대책’ 발표 이후 ‘거래 실종 속의 호가(呼價) 약세’ 국면이 이어져 온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최근 유형별 차별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들의 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실수요층이 두꺼운 일부 기존 아파트의 중대형 평형이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강도는 떨어지지만 ‘9·5 재건축 대책’ 발표 직후 아파트 시장의 재편 구도와 비슷한 양상이다.

이 같은 차별화 흐름은 아파트 시장이 정상을 찾아가면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집 마련 수요자의 경우 지금부터 긴 안목을 갖고 매입 채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너무 서두르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서는 자칫 호기를 놓쳐 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바닥이냐 변곡점이냐=‘10·29대책’ 발표 이후 평형별로 20∼30% 남짓 빠졌던 잠실주공 1∼4단지에서 7일 이후 15건가량의 저가 급매물이 소화됐다. 1, 2단지 13평형과 3단지 15평형이 4억500만∼4억1000만원에 일시불로 거래되면서 18일 현재 최저 매도호가는 1억3000만원 선으로 올라섰다.

이 바람에 ‘강남 재건축 단지 시세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논란도 한때 일었다.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의견이 주류이지만 ‘약세장에서 거래로 형성된 시세가 더 떨어지는 법은 없다’는 경험칙에 의미를 두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잠실주공 사건’보다는 자칫 흘려버릴 수도 있는 10·29대책 이후의 꾸준한 차별화 흐름을 음미해 보라고 권한다.

반포주공, 개포주공, 잠실주공 등이 힘 한번 못 써 보고 밀리는 가운데 개포동 우성 선경이나 오륜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은 나보란 듯이 버티고 있다는 것. 경기 하남 구리시 등 준(準) 강남권의 ‘지역 대표급’ 중대형 평형의 강보합세도 이런 부류로 묶인다. 나름대로 탄탄한 수요층이 지지해 주고 있어 웬만한 외풍에는 시세가 꺾이지 않는 곳들로 분류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숲’ 조성(성동), 강북 뉴타운(은평 길음 왕십리), 상암택지개발지구(상암), 미군기지 이전 및 고속전철 역사 건설(용산) 등 개발 호재를 갖춘 서울 강북권 요지의 아파트나 재개발 지분에도 매수 대기자들의 꾸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무릎에서 사라=‘2년 전 시세’, ‘1년 전 시세’, ‘참여정부 이전 시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가 하락폭 5%’…. 매수 대기자들이 원하는 시세 수준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재테크 격언을 상기할 시점이다.

닥터아파트 오윤섭 대표는 “아마추어 수요자들이 바닥에서 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무릎에서 사겠다’는 안목이 필요하다”면서 “순수 내집 마련 수요자에게 앞으로 5개월은 좋은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다가오는 성수기(올 12월∼내년 2월)의 시장 동향을 잘 살펴야 하겠지만, 지금의 시장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올 11월,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매입할 때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스피드뱅크 안명숙 부동산연구소장은 “10·29 이후 아파트 매매시장의 대세가 거품 터뜨리기라는 점을 감안해 그동안 분위기를 타고 가격이 많이 오른 곳일수록 매수 타이밍을 늦추고 시세 변화폭이 작았던 지역일수록 관망 기간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