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기업 “수도권 대학생 싫어요”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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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도권 대학생보다 성실한 지방대 출신자들을 더 선호합니다.”

지방에 연고를 둔 중견기업들이 최근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을 기피하는 ‘역차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견 업체인 계룡건설(대전)은 지난달 말 신입사원 공채시험에서 응시자 400여명 가운데 38명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 86.8%인 33명이 지방대 출신이다.

수도권 대학 출신 응시자는 100여명에 이르렀으나 5명만이 합격했다. 이 회사의 지방대 출신자 채용률은 2001년 전체 신입사원의 69.7%였으나 지난해 85.5%, 올해 86.8%로 해마다 늘고 있다.

중견 업체인 대아건설(충남)도 지방대생 채용률이 2001년 73.2%에서 올 상반기에는 75%로 꾸준히 늘고 있다. 대아건설은 동점자일 경우 지방대생을 우대한다는 선발기준을 갖고 있다.

대전지역 사료제조업체인 제일사료㈜도 9월 신규 직원 10명을 모두 대전 충남 출신으로 채용했다.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에 대한 기피 성향은 더욱 강하다.

주류생산업체인 대선주조(부산)는 지난해와 올해 12명의 신입사원을 모두 영남권 대학 출신자로 뽑았다.

국내 중견 유가공업체인 ㈜비락도 올해 채용한 35명의 신입사원을 모두 영남권 대학 출신자로 선발했으며 ‘인디안’ 브랜드로 알려진 의류제조업체 ㈜세정의 올해 신입사원의 90%가 지방대 출신이다.

광주의 중견 건설업체인 N건설은 최근 5년간 전남대 조선대 등 광주권 4개 대학에만 추천의뢰서를 보내고 있다.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이 지방 기업들에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이직률 때문이다. 이들은 지방에서 근무하다 경력을 쌓은 뒤 1, 2년 만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대 출신자들은 성실하게 근무한다는 것이 지방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평가다.

㈜비락의 인사담당자는 “90년대 말과 2000년도에 수도권 대학 출신 100여명을 채용했으나 현재 남아 있는 직원은 1, 2명에 불과하다”면서 “이른바 ‘서울 깍쟁이’를 싫어하는 게 회사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계룡건설의 수도권 대학 출신 신입사원의 퇴사율도 60%에 이르고 있다. 계룡건설 진중길 인사과장(38)은 “지방 업체들은 회사를 위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 취업정보센터 박기선 팀장(50)은 “취업 문의를 하는 학생들에게 건실한 지방 기업에서 애사심을 갖고 주인처럼 일하는 자세를 갖는 취업 전략을 권유한다”면서 “학생들도 견실한 지방 기업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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