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한나라 집권후 표적사정 무서워 자금 안줄수 없어”

  • 입력 2003년 11월 11일 19시 04분


손길승 SK회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손길승 SK회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대선 때 정치권에 제공한 선거 자금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100억원을 준 것은 자의가 아닌 강요에 의한 것으로 집권할 경우 표적 사정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와 안 줄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동아일보 자매 주간지인 ‘주간동아’는 11일 발간된 최신호에서 “손 회장이 8월 말부터 10월 하순까지 SK아카데미에서 총 6회에 걸쳐 진행된 관계사 신임 팀장 및 신임 부·차장 연수교육 현장에서 이같이 말했다”며 손 회장의 당시 발언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주간동아’의 보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정치자금은 여당 60%, 야당 40% 정도로 나눠주는 것이 관례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김대중 정권 동안 민주당에 140억원, 한나라당에 8억원이 갔다”며 “아니나 다를까 2002년쯤부터 한나라당이 자꾸 우리 그룹을 못살게 굴어 확인해보니 돈을 더 내라는 것이었으며 대선 때는 할당된 양이라며 100억원을 얘기했다”고 말했다는 것.

손 회장은 또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표적사정을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안 줄 수 있나”며 “그래서 김창근(金昌根) 구조조정본부장과 나, 둘이서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하고 처리했고 민주당도 25억원을 요구하기에 다 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고 최종현(崔鍾賢) 선대회장 때부터 늘 내가 창구였으며 선대회장은 대통령만 만났다”며 “깨끗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 청소를 맡아야 하고 이번 건도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에게는 ‘내용만 알고 있으라, 방법은 알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대선 후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11억원을 준 것에 대해서는 “대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이영로(李永魯)씨가 이전부터 생명공학사업 자금지원을 요청했는데 노 대통령이 집권하고 보니 역시 안 줄 수 없었다”며 “그게 어떻게 최도술씨에게 가면서 이렇게 문제가 커지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현대 비자금 사건은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막아줬는데 우리는 방패막이 없었다”고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며 “결론적으로 개혁 주도권 싸움 와중에 SK가 크게 걸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해 왔고 검찰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386 검사들의 변화를 못 읽은 것이 큰 문제가 됐다”며 “상층 라인이 오히려 평검사들에게 당할 수도 있음을 예상치 못한 것으로 한마디로 말해 파워 시프트(권력 변화)를 읽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SK“孫회장 발언사실 맞지만 구체적 액수 말하진않아” 반박▼

이에 대해 SK그룹 홍보실 김만기 부장은 “손 회장이 대선 자금과 관련해 그 같은 내용을 말한 것은 사실이나 각 당에 준 정치자금의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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