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박용/佛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는…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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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유명 패션브랜드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때마다 “명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라고 묻곤 합니다. “‘전통’과 ‘품질’을 지키는 게 비결”이라거나 “한국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으니까 명품을 만들 수 있다”는 꽤 아리송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브랜드 관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명품업계 관계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콜베르위원회를 꼽습니다.

1954년 결성된 콜베르위원회는 프랑스 명품을 대변하는 ‘압력단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프랑스식 삶의 방식’을 대표하는 패션 화장품 보석 향수 포도주 요리 분야의 대표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샤넬 루이뷔통 카르티에 랑콤 크리스티앙디오르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69개 프랑스 브랜드가 회원사입니다.

프랑스에서 위조 상품 제조는 물론 위조품을 사는 소비자까지 처벌하는 강력한 모조품 단속법이 만들어진 데는 콜베르위원회의 입김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고 콜베르위원회가 실력행사만 하는 이익단체는 아닙니다. ‘프랑스식 명품’을 가꾸고 널리 알리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디자이너 경연대회를 열고 프랑스식 명품의 전통을 이어갈 ‘젊은 피’를 발굴해 업계에 수혈하거나 프랑스 교육부와 협력해 어린 학생들이 수공예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명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전시회를 열고 컨설팅업체 등에 의뢰해 명품시장에 대한 경제적인 분석 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콜베르위원회는 최근 한국에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불법복제에 공동 대응하고 한국의 유망 디자이너를 발굴해 프랑스 명품업체에 소개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히고 있습니다.

전통을 잇는 브랜드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업종을 떠나 함께 노력하는 콜베르위원회의 모습이 ‘프랑스의 힘’이 아닐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조차 ‘기무치’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저력은 부럽기만 합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한국의 명품을 만들고 지키는 ‘한국판 콜베르위원회’를 기대해봅니다.

박용 경제부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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