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4% 시대]日 불황 고통 10년

  • 입력 2003년 9월 4일 17시 46분


코멘트
잠재성장률이 뚝 떨어지면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일본이 꼽힌다.

막강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일본은 두 차례의 잠재성장률 급락을 경험했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1차로 떨어진 것은 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 때였다.

60년대까지 연간 8∼10%씩 성장을 거듭한 일본 경제를 이끌었던 것은 민간기업의 설비투자였다. 일본 기업들은 중화학산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오일쇼크를 계기로 유가(油價)가 치솟자 기업들은 잇따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중화학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결국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70년대 중반 4%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때 일본이 높은 잠재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은 미래 성장을 이끌 신(新)산업을 찾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80년대까지 4%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하던 일본은 90년대 초반 버블(거품) 붕괴를 계기로 또다시 잠재성장률이 추락했다.

80년대 후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형성된 버블은 90년대 초 붕괴되면서 그 후유증이 장기화됐고 일본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들었다.

자산가격의 하락은 직접적으로 수요를 위축시키는 한편 기업부도와 은행 부실채권을 증가시켰고 금융 부실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인구노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는 성장 잠재력을 더욱 위축시켰다.

일본 기업과 개인들이 설비투자와 소비를 줄이면서 잠재성장률은 1%대로 낮아졌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具本寬)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공급과잉형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성장해 왔다”며 “미국이 정보기술(IT)혁명에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았듯이 한국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일본과 같은 불황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