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뚝'…소형아파트 인기 '뚝' 떨어져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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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에 치러진 서울지역 4차 동시분양의 하이라이트는 강남구 도곡동 주공1단지였다. 이 아파트 43평형은 4795 대 1로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3평형(815∼1183 대 1)과 26평형(140∼560 대 1)도 경쟁이 심했지만 43평형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지고 있는 평형별 선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두꺼운 실수요층을 배경으로 외환위기 이후 줄곧 강세를 보이던 20평형대 이하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2001년 하반기 이후 뚜렷해진 현상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35평형 이하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은 2001년 이후 둔화하기 시작해 올 6월 말에는 50평형 이하(재건축 제외)에 뒤졌다.

중소형의 공급물량도 2001년을 고비로 급락해 중대형과의 격차가 줄고 있다. 전국적으로 25.7평형 이하 주택 건설 실적 비율은 2000년 78.3%에서 2001년 84.1%로 오른 뒤 2002년 81.1%로 떨어졌다.

▽추세냐, 일시적 현상이냐=이런 현상은 금리 하락 속의 부동산 시장 활황과 관련이 깊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타자 발 빠른 투자자들이 낮은 금리로 많은 자금을 동원해 매매차익이 큰 중대형을 집중 공략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진단했다. 구매력 회복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투기수요 탓이 큰 만큼 부동산 가격이 꺾이면 언제라도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주택시장의 주도 세력인 베이비붐 세대(1950년대 중반∼60년대 중반 출생 인구)가 40, 50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변화라는 해석도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80, 9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소형 아파트 붐을 일으켰던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가 커가고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됨에 따라 집을 넓히고 있다”고 풀이했다.

같은 맥락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좀더 노령화되면 소형 아파트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핵가족화, 이혼율 증가, 단독가구 증가 등을 감안할 때 길게 보면 주택수요의 중심은 기능성이 뛰어난 고급 소형 주택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 포인트=최근 2, 3년간 중대형의 강세가 뚜렷했다. 이런 흐름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시장 저변의 핵심 변수는 베이비붐 세대의 선호 변화다.

풍부한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이들이 더 넓고 비싼 아파트를 찾아가는 동안에는 소형의 상대적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가 진행되고 자녀가 분가해나가면 전 세대에 걸쳐 소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실장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당장의 유행을 좇아 중대형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최근 1, 2년 동안 소형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었다”면서 “이대로 가면 5, 6년 뒤엔 소형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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