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질서 변화 급물살]한국산 견제 급증

  • 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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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무역 장벽을 허무는 논의가 진행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자국산업 보호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대한(對韓) 수입 규제가 확대되고 있어 이들 나라와의 무역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는 총 145건. 2001년 120건, 2002년 130건에 이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입규제 건수 가운데 개도국이 고소한 사례는 87건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올 들어 새로 수입규제를 당한 14건 중에서도 개도국 비중이 9건이나 된다. 1996년에는 59건의 수입규제 가운데 개도국 비중이 11건에 그쳤다.

개도국과의 통상 마찰이 늘어나는 제도적인 이유는 각국이 반(反)덤핑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이 발효된 95년 이전에 반덤핑법을 갖고 있던 나라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15개국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개도국들이 입법을 서두르면서 지금은 67개국이 반덤핑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품 가운데 상당수가 개도국의 주력 생산품과 경합하고 있는 것도 통상 마찰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 수입규제를 당하고 있는 품목 가운데 석유화학제품이 48건으로 가장 많고 철강(47건), 섬유(20건), 전기전자(12건) 등이 뒤를 잇는다.

이들 대부분이 개도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제품인데다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역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수출 단가에 개입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차단된 데다 수출처를 다변화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무역연구소 조학희(趙學熙) 차장은 “단기적으로는 현지의 관련 법규를 잘 숙지해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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