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신윤식/하나로통신 '대주주 신경전' 지나치다

  • 입력 2003년 8월 28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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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년간 선진국의 통신정책 방향은 시장논리에 의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국내 통신시장도 9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도입돼 많은 사업자가 양산됐고, 현재 기간통신사업자만도 30여개에 이른다.

과거 한국은 시장원리에 철저한 미국에서도 100년 이상 독점체제로 유지해 온 통신사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시장논리에 집착해 후발 통신사업자의 경쟁력을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논리로 방관해 왔다. 그 결과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얻어 사업하던 14개 통신사업자가 도산했고,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두루넷과 온세통신을 비롯해 하나로통신 드림라인 등 후발 통신사업자들은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하나로통신의 경우 주요 주주인 LG 삼성 SK텔레콤의 이해 대립에 얽혀 최근 4억5000만달러 외자도입은 LG의 반대로, 5000억원의 유상증자는 삼성과 SK텔레콤의 반대로 무산되는 시련을 겪었고, 현재 법정관리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하나로통신은 국내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는 중요한 기업이다. 그 이유는 하나로통신이 1조3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재계 27위인 굴지의 기업으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초고속인터넷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만드는 데 공헌했을 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를 바탕으로 KT와 경쟁하고 있는 제2의 유선통신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로통신 주요 주주들에게서는 하나로통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다. 경영권 장악과 자사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LG 삼성 SK텔레콤의 진심 어린 반성이 요구된다. 특히 지식정보 사회의 기본인 통신 분야를 국가적인 관점이 아닌 자사의 시각으로만 보려 한다는 느낌이다.

정작 LG SK 삼성은 어떻게 통신사업과 인연을 맺어 왔는가. 우리나라가 전자산업 불모지였던 60년대 LG(당시 금성사)는 독일 지멘스사와 연계해 EMD라는 기계식 전화교환기를 도입 생산해 국내 통신기술의 발전에 기여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독점 구매해 줌으로써 오늘의 LG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 또한 90년대 초 김영삼 정부는 당시 체신부와 한국통신이 공들여 키워 오던 ㈜한국이동통신을 SK(당시 선경)에 매각함으로써 SK가 오늘날 무선통신 분야의 일인자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70년대 구내 전자교환기와 가전기기를 생산하던 삼성 역시 80년대 초 정부가 설립한 한국전전자교환기주식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 국내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게 됐고,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1메가D램을 공동 개발할 때도 KT를 통해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이렇듯 LG 삼성 SK는 정부의 협력 아래 통신 산업과 인연을 맺어온 자신들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지금부터라도 하나로통신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주요 주주사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하나로통신 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국내 통신시장은 KT와 SK텔레콤만 살아남는 독점체제로 회귀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유효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시장에 적극 개입해 후발 사업자를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신윤식 하나로드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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