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어떻게 운용되나]<3>부실없는 운용으로 질높인다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33분


코멘트
국민연금 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는 한국 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각종 채권의 12%를 손에 들고 있는 ‘큰손’이다.

채권은 신용하락 금리하락 유동성하락 등 세 가지 위험에 노출된 투자 대상이다. 또 한 번 문제가 터지면 큰 손실을 보게 돼 각별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기금운용본부는 SK글로벌 부도→카드채 신용 불안→머니마켓펀드(MMF) 환매 불능 사태로 이어진 올해 초 자본시장의 폭풍들을 잘 피했다. 5중(重)의 위험관리 시스템 덕분이다.

▽SK글로벌과 MMF 이렇게 피했다=기금운용본부의 채권 투자 이력서를 보자. 7월 말 현재 채권투자 액수(액면가 기준)는 76조3070억원. 안전한 국고채(29.7%)와 금융채(28.6%)의 비중이 가장 높다. 국고채의 경우 전체 유통 물량의 20.8%를 본부가 쥐고 있다.

물론 회사채에도 투자한다. 22일 현재 투자 액수는 4조4300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까지 합친 회사채 투자 액수는 7월 말 13조7585억원으로 채권 투자 자금의 18% 정도.

대신 신용 등급이 A 이상인 채권에만 투자한다. 25일 현재 보유종목은 AAA(39.73%) 등급이 삼성전자 신한금융지주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KT SK텔레콤 등 9개 종목. AA(55.08%) 등급 13개, A(5.19%) 등급 8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부도 직전 SK글로벌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A-로 투자 가능 종목. 그러나 기금운용본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 종목을 산 적이 없다.

서영익 채권운용팀 과장은 “차입금 의존도가 높고 재무구조가 나쁜 회사였다. 특히 99년 SK증권과 JP모건의 파생금융상품 거래 분쟁에 개입돼 있어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드채도 우량 종목 중심으로 6122억원가량 가지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가 진정돼 큰 문제가 없다. 회사채 MMF에는 아예 가입하지 않는다.

서 과장은 “대우채 부도 사태 때 가입한 펀드 일부가 손해를 봤지만 본부가 직접 산 채권이 부도난 일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5중의 위험관리 시스템=사람의 힘이 아닌 시스템의 힘이다. 우선 리서치팀이 투자등급 종목 가운데 투자 대상 주식과 채권을 선발하면 주식운용팀과 채권운용팀이 또 따져서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종목별 투자한도를 둬 위험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

중요한 투자는 본부장 아래 모든 운용팀장이 모이는 ‘투자위원회의’의 심의를 거친다. 운용팀 등이 규칙을 잘 지키는지는 별도의 리스크관리팀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 새로운 금융상품 등 ‘예외적 투자’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홍성기 리스크관리팀장은 “최근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발행한 ABS에 투자하려다 리스크관리위원들이 난색을 표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등 어수선한 회사에 수익성만 보고 투자했다가 ‘사회적 평판(social repu-tation)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