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동의없인 1명도 해고못해…현대車 임단협 논란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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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4일 임금 및 단체협약 본교섭에서 노조측의 경영 참여 요구를 대폭 수용함에 따라 앞으로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해달라는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가 각각 노동계와 재계를 대표해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함께 노조의 경영 참여 등 노동 현안을 다퉈 왔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5일 일제히 재계 차원의 공동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재계는 특히 현대차가 노사공동위원회의 의결 또는 노조와의 공동 결정을 거치지 않고는 사실상 단 한 명의 근로자도 해고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 것은 경영의 본질이 침해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의 반발과는 별개로 이달 말쯤 노조의 경영 참여 확대를 포함한 노사관계 제도 개선안의 틀을 발표할 예정인 정부도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경영참여 조항 중 해고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한 부분은 예상보다 ‘수위(水位)’가 높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틈만 나면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해고의 용이성)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대로라면 안정성만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근로자가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공식 통로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에 따른 노사협의회와 각 사업장 단위의 통상적인 단체협약 두 가지다.

노동부는 근참법을 개정해 현행 노사협의회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노동계는 노사협의회 의결 사항을 기업의 합병과 인사, 임금 등으로까지 확대하고 설치 대상 사업장을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업체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노사협의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찾아 개선하는 것이 급하다”고 맞서고 있다.

또 노사협의회를 활성화하면 상당한 수준의 경영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무리한 경영 참여를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재계는 주장한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함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1년 가까이 근로자 경영참여 확대 방안을 모색했던 노사정위원회는 최근 토의를 끝내고 그 동안의 논의 결과를 노동부에 넘겨 법과 제도 개선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노사 자율로 근로자의 경영 참여 확대를 결정한 것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제기준에 맞도록 법과 제도를 고치기 전에 단체협약으로 경영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것도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영참여 세부내용
항목합의 내용
징계위원회 구성 및 징계 제한회사는 노조 전임자의 ‘전임기간 중 해고’를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음
경영의 원칙·경영의 투명한 공개·이사회 개최 사실과 의결사항을 노조에 통보하고 노조가 요청하면 즉시 설명
신기술 도입 및 공장 이전, 기업 양수 양도·신기계 및 기술의 도입, 신차종 개발, 작업공정의 개선 등에 대해 노사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 의결·공장별 생산차종 중 차종 이관이 필요한 경우 90일 전에 노조에 통보 하고 노사공동위에서 심의, 의결·사업의 확장, 합병, 공장 이전, 일부 사업부의 분리 및 양도 등에 대해 서도 90일 전 통보하고 노사공동위 심의, 의결·작업공정 변경에 따른 업무량 조정에 대해 분기별로 노조에 설명해야 하며 노조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
해외 현지공장·재직 중인 정규인력은 58세까지 정년 보장. 판매부진 및 해외공장 건설 등을 이유로 노조와 공동결정 없이 정리해고 희망퇴직을 실시 하지 않음·국내공장 생산물량을 2003년 수준으로 유지.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국내 생산공장을 일방적으로 축소 폐쇄할 수 없음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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