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벤츠…뒤는 포드…" 車 디자인 베끼기 경쟁

  • 입력 2003년 7월 14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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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동차 보안장치도 디자인을 훔쳐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세계 자동차업계에 만연한 경쟁 차종 디자인 베끼기가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어느 차가 먼저고 어느 차가 나중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 디자인 베끼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대형 장물, 자동차’란 기사를 통해 “자동차들이 닮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됐지만 최근 자동차업체들이 비슷하게 안전 및 경제성을 추구하고 디자이너들의 교류와 이직(移職)도 빈번해 베끼기 추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포드자동차가 개발중인 세단 모델인 ‘파이브 헌드레드’는 독일 명차 아우디와 디자인이 닮았는데 이는 포드의 디자인 최고책임자가 아우디에서 일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주장했다.

이 신문이 베끼기 추세를 반영한 사례라면서 제시한 유사 디자인의 차량 가운데는 △닛산 인피니티 FX-45(왜건형)와 도요타 렉서스 HPX △제너럴 모터스(GM) 새턴의 아이언(세단형)과 2004년형 닛산 맥시마, 2004년형 미쓰비시 갤런트 등이 있다.

또 BMW의 뉴5 시리즈는 기아자동차의 리오 뒷부분 디자인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타임스는 일부 한국 자동차들이 유럽의 고가 자동차 모델과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급차의 품격을 제공하려는 전략을 보이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XG350은 뒷부분 디자인이 20만달러짜리 초고가 모델인 벤틀리 아니지와 유사하고, 현대 쏘나타의 헤드램프 역시 벤츠 C클래스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만연한 디자인 모방 추세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디자인 저작권이 보호받은 적은 거의 없는 실정. 실제로 지난해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자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 히트 차종인 지프의 전면 그릴을 GM의 허머가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승소하지 못했다.

이는 스케치 단계의 구상에서 최종 상업생산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어느 업체가 다른 업체의 디자인을 모방했는지를 확실히 가려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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