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드社 사고 싶은데"…당국 규제-노조 두려워 못나서

입력 2003-06-12 17:50수정 2009-10-0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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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의 자금난 때문에 값이 떨어진 국내 카드사를 인수하기 위해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한국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한 외국계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11일 “최근 1년 새 외국의 20대 카드사가 예외 없이 한국을 다녀갔다”면서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 탐방 방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외국계 금융기관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노조와 경직된 감독기관, 불확실한 부실채권 규모 등 걸림돌이 많아 대부분 카드사 인수를 포기하고 있다.

▽국내 카드업계에 눈독 들이는 외국자본=지난해 조흥은행 카드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가격협상까지 벌이다 중도에 포기했던 GE캐피털은 우리카드 등 3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영국계 스탠더드차터드 은행도 한국 내 카드사업 진출을 위해 여러 카드사를 접촉하고 있다.

이 은행 마이크 드노마 소매금융본부장은 “2년 전 카드사 인수를 추진했지만 카드사들이 값을 너무 높게 불러 포기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신용카드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영국계 HSBC은행 한국지점 릭 퍼드너 대표도 “현재 특별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적절한 대상이 나오면 인수나 합병을 통해 한국 카드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1년 9월 외환카드 인수를 위해 양해각서까지 맺었다가 9·11테러로 해외투자를 전면중단하면서 외환카드 인수를 포기했던 씨티그룹도 국내 카드사 인수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도 카드사 인수에 적극적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이처럼 많은 외국금융기관이 카드사와 접촉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GE캐피털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씨티그룹 뉴브리지캐피털 이외에 최근 20여개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시장조사를 위해 한국을 다녀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인수계획을 일단 철회한 채 현재 5, 6개 금융기관만이 서울에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얼마 전 호주의 한 대형은행 관계자들도 한국을 찾았다가 노사문제 때문에 카드사 인수를 포기하고 돌아갔다.

한 외국계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외국 금융회사들은 카드사 경영진과 어렵게 협상해서 경영권을 취득한다고 해도 노조에 의해 쉽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상황 때문에 한국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정해줄 정도로 감독당국의 규제가 심하고 한국 카드사의 정확한 부실채권 규모를 추산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는 것.

국내 카드사들이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외국 금융기관들의 국내 진출을 막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GE캐피털의 경우 우리카드가 경영권은 내주지 않겠다고 해 사실상 인수를 포기했으며 다른 2개 카드사와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GE캐피털은 현대카드와 이미 접촉했으며 LG카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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