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수장인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주요 현안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도 경기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흔들리는 경제정책 리더십〓조흥은행의 매각 사안에 대해 최근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서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8일 “조흥은행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는 대신 정책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조흥은행 노조와 재경부 관료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흥은행 매각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핵심 현안으로 당연히 경제부총리가 챙겨야 하는 기본업무임을 감안할 때 김 부총리는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김 부총리는 또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대해서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일부 완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부총리가 취임 직후 법인세 인하 방침을 밝히자 청와대 주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마저 “법인세 인하는 전체적인 재정구조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지시했다.
김 부총리 스스로 발언을 뒤집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임 당일 기자회견에서 “단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불과 보름여 만에 “필요하면 적자 재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번복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이화여대 김석준(金錫俊·행정학) 교수는 “청와대 주변의 이른바 ‘실세’들이나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고 자처하는 장관들이 부총리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하려면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며 정부 안에서 이견이 있더라도 부총리의 입을 통해 일관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빗나가는 경제전망, 신뢰 잃은 금융정책〓박승 총재는 1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주도할 것”이라며 “투자가 활발해지면 물가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중앙은행이 콜금리를 올리거나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토록 했다.
박 총재는 이후에도 4월 말까지 이라크전쟁, 북한 핵문제, SK글로벌사태 등 잇단 악재로 경기침체가 심화됐지만 경기가 하반기 또는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며 금리인하론에 굴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총재는 5월 들어서자마자 국내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적극적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콜금리를 인하했다.
금융계 고위 인사는 “중앙은행은 경기를 일반 경제주체들보다 먼저 예상해 경기 선행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당장 한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더욱이 박 총재가 29일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저성장-고실업시대가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하자 연초의 낙관론에 비해 지나친 비관론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한은 총재는 재경부 등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진표 경제부총리 정책발언과 정부 내 이견 | |
김 부총리 발언 | 정부 내 이견 표출 또는 말 바꾸기 |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겠다”(2월27일) | “경기상황을 봐가며 필요하면 적자재정을 검토할 수도 있다”(3월13일 김 부총리) |
“과세대상을 늘리고 법인세율을 낮추겠다”(2월28일) | “법인세 인하는 전체적인 재정구조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3월5일 노무현 대통령) |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지는 않고 중앙정부의 교부금과 양여금 지원체제를 바꾸겠다”(3월4일) | 일부 국세의 지방세 전환이 정부 안에서 논의되고 있음 |
청와대에서 가계부채 대책 보고(3월11일) | “노 대통령이 ‘알맹이가 없다’며 강도 높게 질책했다”(3월11일 청와대브리핑)“노 대통령은 ‘개인워크아웃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므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3월11일 당시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 |
“적대적 인수합병의 공격을 당하는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조항이 적정한지 검토하겠다”며 완화 시사(4월22일) | “부채비율 100%미만 기업이 출자총액제한에서 제외되는 것은 문제다”며 강화 시사(4월7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
“조흥은행 매각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3월24일) | “조흥은행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는 대신 정책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조흥은행 노조와 재정경제부 관료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5월28일 문재인 민정수석) |
“접대비 한도 내에서 쓰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5월2일) | “골프장 룸살롱 접대비 손비 인정 안한다”(4월8일 이용섭 국세청장), 김 부총리 발언 후에도 계속 검토중 |
“불법 노동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나갈 것이다”(5월28일) | “불법이라도 주장이 정당하면 들어줘야 한다”(5월27일 권기홍 노동부장관) |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경기전망과 금리정책 | |||
발언록 | 경기전망 | 금리인하에 대한 입장 | 비 고 |
“올해 투자가 활발해지면 물가가 불안해질 우려가 있어서 인플레를 걱정”(1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 | 올해 좋다 | 인플레가 문제 | 민간경제연구소 침체우려 |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을 부추겨서 소비를 늘리면 안 된다.”(4월 10일 콜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 | 하반기에 좋아진다 | 부동산투기만 유발 | |
“경제가 어렵지만 적자재정 등 경기부양책을 쓸 때는 아니며 인위적 경기부양에는 부작용이 따른다”(4월 18일 국회 재경위 통화정책보고) | 내년부터 좋아진다 | 적자재정도 안 된다. | 적극적 경기부양론 대두 |
“사스와 북핵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금리인하와 추경편성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을 검토”(4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 잘 모르겠다 | 신중히 검토 | 4월 29일 대통령주재 경제간담회 참석 |
“금리인하가 부동산에 미칠 부정적 효과와 경기 및 고용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두고 고민한 끝에 경기와 고용을 택했다”(5월 13일 금통위 콜금리 인하 뒤 기자간담회) | 올해 안 좋다 | 소비심리 회복으로 경기부양에 도움 | |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만큼 정부는 추경을 조속히 편성, 경기하강을 막아야 한다”(5월 21일 한은 경제동향간담회) | 무척 안 좋다 | 재정도경기부양에 나서라 | |
“작년 하반기부터 침체의 위기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해 올해는 더 나빠지면서 앞으로 저성장-고실업시대가 될 것이다”(5월 29일 대한상의 조찬강연) | 계속 안 좋다 | 모든 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해… | 5월 28일청와대 경제 살리기에 총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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