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잃은 경제首長…불안 키운다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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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
김진표 부총리
경제정책 결정자들이 임기응변식 대처와 거듭된 말 바꾸기로 경제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팀 수장인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주요 현안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도 경기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흔들리는 경제정책 리더십〓조흥은행의 매각 사안에 대해 최근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서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박승 한은총재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8일 “조흥은행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는 대신 정책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조흥은행 노조와 재경부 관료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흥은행 매각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핵심 현안으로 당연히 경제부총리가 챙겨야 하는 기본업무임을 감안할 때 김 부총리는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김 부총리는 또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대해서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일부 완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부총리가 취임 직후 법인세 인하 방침을 밝히자 청와대 주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마저 “법인세 인하는 전체적인 재정구조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지시했다.

김 부총리 스스로 발언을 뒤집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임 당일 기자회견에서 “단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불과 보름여 만에 “필요하면 적자 재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번복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이화여대 김석준(金錫俊·행정학) 교수는 “청와대 주변의 이른바 ‘실세’들이나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고 자처하는 장관들이 부총리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하려면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며 정부 안에서 이견이 있더라도 부총리의 입을 통해 일관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빗나가는 경제전망, 신뢰 잃은 금융정책〓박승 총재는 1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주도할 것”이라며 “투자가 활발해지면 물가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중앙은행이 콜금리를 올리거나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토록 했다.

박 총재는 이후에도 4월 말까지 이라크전쟁, 북한 핵문제, SK글로벌사태 등 잇단 악재로 경기침체가 심화됐지만 경기가 하반기 또는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며 금리인하론에 굴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총재는 5월 들어서자마자 국내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적극적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콜금리를 인하했다.

금융계 고위 인사는 “중앙은행은 경기를 일반 경제주체들보다 먼저 예상해 경기 선행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당장 한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더욱이 박 총재가 29일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저성장-고실업시대가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하자 연초의 낙관론에 비해 지나친 비관론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한은 총재는 재경부 등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진표 경제부총리 정책발언과 정부 내 이견
김 부총리 발언정부 내 이견 표출 또는 말 바꾸기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겠다”(2월27일)“경기상황을 봐가며 필요하면 적자재정을 검토할 수도 있다”(3월13일 김 부총리)
“과세대상을 늘리고 법인세율을 낮추겠다”(2월28일)“법인세 인하는 전체적인 재정구조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3월5일 노무현 대통령)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지는 않고 중앙정부의 교부금과 양여금 지원체제를 바꾸겠다”(3월4일)일부 국세의 지방세 전환이 정부 안에서 논의되고 있음
청와대에서 가계부채 대책 보고(3월11일)“노 대통령이 ‘알맹이가 없다’며 강도 높게 질책했다”(3월11일 청와대브리핑)“노 대통령은 ‘개인워크아웃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므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3월11일 당시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
“적대적 인수합병의 공격을 당하는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조항이 적정한지 검토하겠다”며 완화 시사(4월22일)“부채비율 100%미만 기업이 출자총액제한에서 제외되는 것은 문제다”며 강화 시사(4월7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조흥은행 매각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3월24일)“조흥은행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는 대신 정책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조흥은행 노조와 재정경제부 관료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5월28일 문재인 민정수석)
“접대비 한도 내에서 쓰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5월2일)“골프장 룸살롱 접대비 손비 인정 안한다”(4월8일 이용섭 국세청장), 김 부총리 발언 후에도 계속 검토중
“불법 노동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나갈 것이다”(5월28일)“불법이라도 주장이 정당하면 들어줘야 한다”(5월27일 권기홍 노동부장관)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경기전망과 금리정책
발언록경기전망금리인하에 대한 입장 비 고
“올해 투자가 활발해지면 물가가 불안해질 우려가 있어서 인플레를 걱정”(1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올해 좋다인플레가 문제민간경제연구소 침체우려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을 부추겨서 소비를 늘리면 안 된다.”(4월 10일 콜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하반기에 좋아진다부동산투기만 유발
“경제가 어렵지만 적자재정 등 경기부양책을 쓸 때는 아니며 인위적 경기부양에는 부작용이 따른다”(4월 18일 국회 재경위 통화정책보고)내년부터 좋아진다적자재정도 안 된다.적극적 경기부양론 대두
“사스와 북핵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금리인하와 추경편성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을 검토”(4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잘 모르겠다신중히 검토4월 29일 대통령주재 경제간담회 참석
“금리인하가 부동산에 미칠 부정적 효과와 경기 및 고용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두고 고민한 끝에 경기와 고용을 택했다”(5월 13일 금통위 콜금리 인하 뒤 기자간담회)올해 안 좋다소비심리 회복으로 경기부양에 도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만큼 정부는 추경을 조속히 편성, 경기하강을 막아야 한다”(5월 21일 한은 경제동향간담회)무척 안 좋다재정도경기부양에 나서라
“작년 하반기부터 침체의 위기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해 올해는 더 나빠지면서 앞으로 저성장-고실업시대가 될 것이다”(5월 29일 대한상의 조찬강연)계속 안 좋다모든 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해…5월 28일청와대 경제 살리기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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