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값 오르고…달러가치 떨어지고…'골드뱅킹' 시선집중

  • 입력 2003년 5월 2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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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값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이 이르면 올 하반기 중 골드 뱅킹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골드 뱅킹은 은행이 순금 또는 금 관련 금융상품을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사거나 파는 것을 말한다.

예금, 부동산, 증권 등 대부분 투자자산은 개별 국가의 위험도가 높아지면 그 가치가 떨어지지만 금은 국제시세에만 연동될 뿐 국가위험도와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금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한국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투자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들어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전쟁으로 국제정세가 불안해지자 국제금값은 크게 올랐고 최근 들어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은 19일 9개월 만에 하루 최대상승폭으로 온스당 36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만기물은 지난 주말에 비해 온스당 9.5달러(2.7%)나 급등한 364.40달러에 장을 마쳐 지난해 8월 7일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것.

이에 대해 한국은행 변재영 외환운영팀장은 “금은 여전히 최고의 안전자산으로서 경기불황 때는 대체 투자수단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 약세 때는 대체 통화수단으로 각각 기능한다”고 말했다.


▽골드뱅킹 어떻게 하나=골드뱅킹 상품으로는 금증서(Gold Certi-ficate), 금적립계좌(Gold Account), 금 현물대출 등이 있다.

금적립계좌는 ‘금 통장’이다. 매달 일정금액을 적립하면 은행이 매일 금을 사준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금을 사기 때문에 연중 시세평균가에 금을 매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기 때는 만기일 현재의 고시가격에 따라 현금으로 찾거나 금 실물, 대용상품 등으로 지급받는다.

금증서는 은행이 일정량의 금을 담보로 지급증서를 발행, 쉽게 매매되도록 한 상품이다. 예금 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와 같은 구조다. 이 증서를 가진 사람은 은행에서 금 실물을 지급 받거나 당일 고시가격으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금 현물대출은 금을 대출(Gold Loan)하는 것. 해외에서 금을 빌려와 기업체에 대여한 후 만기일에 금 또는 현금으로 상환받는다. 금을 원재료로 활용하고 있는 반도체 컴퓨터 휴대전화 제조회사, 금가공업자 등이 주요 대출고객이다. 수요업체가 현금을 대출 받아 직접 금을 수입하는 것보다 금융비용이 낮아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골드뱅킹제도가 도입되면 부유층을 중심으로 금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 주식 부동산 외에 금이 주요한 부(富)의 축적수단이자 재테크 대상이 되기 때문. 가격변동폭이 크지 않아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이자나 배당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외부충격을 막아낼 수 있는 중요한 방패막이라고 강조했다.

▽이르면 하반기 중 골드 뱅킹 시작된다=우리, 신한, 조흥 등 주요 은행들은 실무팀을 구성해 업무 뼈대를 갖춘 뒤 재정경제부가 법을 개정하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당초 7월부터 업무를 개시할 계획이었지만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구체적인 시행방법과 절차를 확정하지 못해 골드뱅킹 업무는 하반기 중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밀수입된 금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가가치세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골드뱅킹제도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

강영진 신한은행 홍보과장은 “골드뱅킹이 그렇게 복잡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법 개정만 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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