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에 돈줄 막혀" 은행 비상

  • 입력 2003년 4월 27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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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가 아시아 경제를 강타하면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시중 은행들의 장기외화차입 계획이 연기되는 등 은행권에 ‘사스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스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은행의 기업대출도 부실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무역금융에 대한 총액한도대출 지원금을 현재의 6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시중은행들은 우량기업에 무역금융을 일반 대출로 전환해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7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2·4분기(4∼6월) 중 해외로드쇼를 계획했던 국민과 우리은행 등이 사스 때문에 일정을 취소하고 채권 발행계획도 연기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단기채나 소규모 신디케이트론으로 외화자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장기 외화채 발행을 통한 외화자금 조달은 당분간 포기한 실정이다.

변재영 한은 외환운영팀장은 “사스로 인해 외국은행 담당자들이 만남 자체를 꺼리고 있어 전화로 처리할 수 있는 단기차입만 이뤄지고 있다”며 “사스가 조기에 진화되면 장기외화차입에 별 문제가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 사태를 예측키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의 주요 외화차입선인 홍콩지역 금융기관들의 기관장과 아시아 자금담당 데스크들은 최근 도쿄와 시드니, 유럽, 미국 등지로 긴급 피난했다.

더욱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금융기관장이나 아시아지역 데스크들은 현지의 방역규제 탓에 호텔 방에서 최소 10일 이상 묵도록 돼있어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데다 내부적인 의사결정도 지연되고 있다.

한은은 사스가 장기화하면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스로 인한 아시아지역의 피해액이 24일 현재 106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장기화할 경우 5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국민은행은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업체들이 유럽 등지로 수출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흥은행은 단기적으로는 항공운수, 호텔, 여행업, 대형 쇼핑몰 등이 영향을 받고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가전, 컴퓨터 및 주변기기, 플라스틱 제품 수출, 전기전자 업종이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시중은행은 우량기업에 한해 ‘사스’로 자금난을 겪을 경우 적극적 지원에 나설 방침이어서 나머지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콜금리 내려야 하나" 한은 고민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북핵 위기와 사스로 인한 경제 불안으로 콜금리 인하 압력에 직면해 5월 중 콜금리 인하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창호 한은 부총재보는 27일 “북핵 문제와 사스 등 불확실성 요인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정책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금리인하를 둘러싼 한은의 고민을 밝혔다. 한은은 북핵 문제의 파장은 이미 예견했던 일이지만 사스의 확산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여서 경기침체 장기화 등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유가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정책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서는 금리인하가 투자와 소비 유인효과는 없는 반면 물가를 불안하게 하고 아파트투기 붐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견해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승일 한은 부총재보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콜금리 인하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으며 물가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이 성급한 판단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사스와 북핵 문제가 다음달까지 지속될 경우 한은 금통위가 콜금리를 현재의 4.25%에서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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