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봄은 언제쯤'…석달간 적자 10억달러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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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산업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산업에 ‘시련의 계절’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무역수지가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한국의 D램 반도체 수출에 대해 상계 관세를 물리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2일 산업자원부와 반도체산업 전문가에 따르면 3월 중 한국의 반도체 수지는 수출 13억 1870만달러, 수입 19억6530만달러로 6억4660만달러의 적자를 내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 적자였다. 올 1∼3월 누적 적자도 10억8300만달러로 작년 한 해 적자총액 8억4500만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의 반도체 수지는 1988년 흑자로 돌아선 후 13년가량 계속돼 오다 200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으며 올해 3년 연속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산업 분석전문가인 최석포(崔錫布)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휴대전화 개인용컴퓨터(PC)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등 주력 상품의 핵심부품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자체 개발을 통한 국산화율도 매우 낮아 정보기술(IT) 제품 생산이 늘수록 전체 반도체 수지가 악화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주력 메모리 반도체 수출품인 DDR256M의 지난달 가격은 개당 3.25달러로 지난해 11월 8.12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또 3월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4월 이후 12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달 초 미국으로 수출하는 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에 대해 56%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미 상무부는 21일부터는 한국에서 현장 실사(實査)를 벌이고 있다. 미국측은 8월말경 최종 판정 및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확정한다.

유럽연합(EU)도 24일 국내 반도체 D램 업체에 대한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릴 예정이어서 미국과 EU로의 D램 수출길은 갈수록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 대만의 반도체 업계도 17일 ‘한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주장하며 4개 업체 공동 명의로 대만 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상계관세 부과를 요청한 바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주춤하는 사이에 중국이 바짝 쫓아와 양국간 반도체 경쟁력 격차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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