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신독점 논란' 입막음 노렸나

  • 입력 2003년 4월 22일 0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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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성향’을 자체 분석한 시점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 직전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5월 민영화를 앞두고 정부가 매각에 나선 KT 지분을 집중매입해 1대 주주로 떠오르자 증권시장에선 “통신시장의 지배력이 집중돼 앞으로 SK텔레콤이 KT를 통째로 수중에 넣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여부를 조사한 결과 “문제 안 된다”는 결론을 지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남기(李南基) 당시 위원장이 SK에 10억원을 모 사찰에 시주하도록 한 시점은 이 무렵이다.

실제로 10월 1, 2일 열린 국회 정무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옹호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무위 국감에는 SK텔레콤 표문수(表文洙) 사장, KT 이용경(李容璟) 사장이 증인으로 나왔고, 이남기 위원장도 출석했다.

첫날 회의에서 A의원은 KT측이 “보유 중인 SK텔레콤 지분을 제3자에게 팔 수 있다”고 밝히자 “SK텔레콤으로서는 이 점(KT보유 자사주식의 제3자 매각에 따른 경영권 위협 가능성) 때문에 KT 지분을 사들인 것 아니겠느냐”며 SK측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SK에 문제 있다고 생각했지만, SK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B의원은 “KT가 경영을 잘못해 SK텔레콤이 소유한 KT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SK측이 관여하지 않고) 그냥 둔다면 이는 SK텔레콤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C의원도 당시 SK텔레콤과 KT측이 상호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맞교환(스와핑)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두 회사가 참 잘 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의 자율 교섭에 너무 개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상당수 의원들은 SK의 주식매입경위 등을 추궁하며 SK측을 몰아붙였다.

D, E의원은 한국의 이동통신 가격이 선진국보다 비싸다고 지적한 뒤 SK텔레콤과 KT사장을 상대로 가격인하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F의원은 “SK㈜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을 조세피난처인 케이맨 군도에 임시 보관해 뒀다. 공정위는 이를 조사했느냐”고 추궁한 뒤 SK그룹의 정경유착 소문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G의원은 “언론 논조도 SK텔레콤이 KT 지분을 산 데 부정적이고, 표문수, 이용경 사장도 상호 보유한 지분을 팔겠다고 말했다”며 당초 정부가 KT 민영화에 대해 잘못 생각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남기 위원장은 이에 대해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았지만, SK텔레콤은 단순히 지분 9.55%를 갖고 있을 뿐이며, KT의 경영에 개입할 여지를 (각종 규정을 통해) 좁혀 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보유 중인 상대 회사의 지분을 부분적으로 맞교환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뒤 올 1월 맞교환해 지분을 정리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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