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어떻게 될까]"더 뛸 일 없을 것" vs "이상열기 확산"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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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주택 공급 계획을 마련해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를 없애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 김미옥기자
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주택 공급 계획을 마련해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를 없애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 김미옥기자

정부가 18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중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 대책의 타깃이 된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해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는 본보 경제부 부동산팀이 21일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시장 현황과 전망에 관한 긴급 취재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시안적인 대책 마련에 매몰되기보다는 장기적인 주택 공급 확충 방안과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교육·교통대책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대책 ‘그 밥에 그 나물’=이번 안정대책의 핵심은 서울 강남구 등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양도세를 높이고, 아파트 재건축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 열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 단기 처방이라는 점에서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우진공인 고재영 사장도 “집값 상승세는 진정됐다”며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세금 인상과 정부 개입이라는 단골 메뉴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집값을 잡는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소비자들이 정부 대책에 내성(耐性)이 생겼다”며 “(정부가) 작년 9월 안정대책을 내놓은 뒤 6개월 만에 집값이 또 뛴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투자 열기 꺾일까=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불안요인은 무엇보다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것. 안전진단을 대폭 강화했지만 재건축 사업의 특성상 사업 단계별로 값이 뛰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주거환경연구원 김우진 원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안전진단, 시공사 선정, 조합설립, 사업승인 등 단계별로 기대수익이 커지는 만큼 값이 뛰기 마련”이라며 “안전진단을 까다롭게 했다고 해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게 아닌 만큼 가격 상승을 막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풍부한 시중 자금도 재건축 아파트 값을 잠재우기 어려운 요인. 여기에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도 밝혔듯이 ‘재건축이 확실한 곳’으로 지정한 곳은 일시적인 조정과정을 거친 뒤 집값이 다시 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정부가 파악한 대로 전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운데 14.2%는 사업이 확실하게 마무리될 곳”이라며 “가격 상승 가능성을 정부가 분석해 제시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집값 전망은 엇갈려=올해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영조건설 장영일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하락국면에 접어든 만큼 집값이 더 뛰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학권 사장도 “재건축 아파트처럼 투자용 부동산이 아닌 실수요자용 부동산은 특별한 가격 상승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라크전쟁 △북한 핵 △SK사태 등 주택시장을 위축시켰던 악재가 이미 해소됐거나 집값에 반영된 상태인 데다 재건축 아파트에서 불거진 가격 불안이 일반 아파트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우진 원장은 “집값을 몇몇 큰손이 좌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지금은 여윳돈 1억∼2억원을 갖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어 가격 상승 압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수요 감안한 탄력적 공급정책 필요=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방식보다는 지역과 수요를 생각한 탄력적인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영의 정춘보 사장은 “주택정책 집행기관이 서울과 경기도로 이원화돼 있어 서울에서는 집이 부족한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남아도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주택정책을 범(汎)수도권이라는 큰 틀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행기관을 단일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서울에만 몰려 있는 주택수요를 외부로 전환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도로망 개설 계획을 구체화하고 각 도로 주변으로 장기적인 주택공급 계획을 마련해 집값이 뛸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소형 임대주택 위주로 추진되는 현행 주택공급계획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장영일 사장은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나 경기도 택지지구에 전용면적 18평 이하 소형 임대주택을 대거 짓는다고 하지만 실제 필요한 아파트는 한 가족이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30평형대”라고 지적했다. 실수요가 집중돼 있는 중형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가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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