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社 전환때 일부계열사 분리"…"다 가져가면 지분못맞춰"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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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일부 계열사는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1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지주회사 확산을 위해 정부는 노력하지 않고 기업의 희생만 강요한다”며 반발했다.

강 위원장은 또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제한 △6월경 부당내부거래 조사 △공익소송제 2004년 도입 검토 등을 밝혔다.

▽지주회사에 대한 의지〓강 위원장은 “지주회사로 바꾸기 위해 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인 자회사 지분 요건을 충족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모든 계열사를 그대로 다 가지면서 전환하려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계열사 중) 일부 독립시킬 것은 독립시켜 단순한 출자구조를 만들어야 지배구조 개선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지주회사 전환문제와 관련해 매우 강경한 내용으로 이런 입장을 공정위원장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등 현실적으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반발〓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며 기업의 지배구조는 이 목적에 얼마나 효과적인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면서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 자신이 최종 결정할 일이며 공정위원장이 요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의 태도는 지주회사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생각하지 않고 기업의 일방적인 포기만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이나 자회사의 지분 요건 완화, 연결납세제도 도입 등 유인책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출자규제, 엇갈린 발언〓강 위원장은 또 영국계 크레스트 시큐러티스의 SK㈜ 지분 매집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출자규제 예외 인정으로 SK그룹(SK C&C 등)의 의결권이 늘어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 위원장은 11일 출자총액제한을 강화할 뜻을 내비치면서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출자규제 예외 인정 등 출자규제의 예외가 많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없애려는 제도가 며칠 후에는 SK㈜ 경영권 방어에 효자 노릇을 한 셈.

이 밖에 강 위원장은 “대통령의 방미(訪美) 후 6월경 6대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소비자를 대신해 피해보상 소송을 맡는 ‘공익소송제’와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제한 등은 올해 중 추진전담반을 구성해 결정키로 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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