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SK텔레콤 6일째 순매수…'SK쇼크' 개별기업 문제로

  • 입력 2003년 3월 13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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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 증시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심리적 공황(패닉) 우려를 불식했다.

외국인이 소폭(281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기관이 대량(2102억원) 순매도했지만 개인이 적극적인 순매수(1632억원)로 받아냈다.

기관 순매도의 30%는 SK㈜와 SKC가 차지했다. 두 회사는 이날 각각 총 주식의 5분의 1가량인 1905만주와 687만주가 거래됐다. 대부분 기관이 하한가로 처분한 손절매 물량이다.

외국인은 칼처럼 냉정하게 골라서 팔고 가려서 사는 태도를 유지했다. SK㈜와 SKC는 꾸준히 처분했으나 SK텔레콤은 엿새째 대량 순매수했다.

증시를 주도하는 쌍두마차인 기관과 외국인이 냉정하게 나오는 한 SK글로벌 사태가 증시에 더 이상의 충격은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외국인 동향〓미리 눈치라도 챈 듯 외국인은 지난해 12월27일 이후 SK글로벌 주식을 103만주 순매도했다. SK㈜에 대해서는 1월29일 이후 330만주 순매수했으나 검찰이 SK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압수 수색한 2월1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403만주를 순매도했다.

반면 SK텔레콤은 2월18일 이후 닷새 연속 순매도한 뒤 갈지자 행보를 하다가 3월10일 이후 연속 순매수를 나타냈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12일 14만4000주를 순매수했으며 13일에도 22만8000주를 순매수했다.

지분이 0.3% 미만으로 매우 낮은 SKC SK증권 SK가스 SK케미칼 등 다른 계열사 주식 매매에서는 이렇다할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은 은행주에 대해서도 분별력있는 매매 기준을 적용했다.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주식은 1월30일 이후 326만주를 순매도했다. 2월19일 이후 109만주를 순매수했던 외환은행 주식은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밝혀진 12일 18만주를 순매도했다.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다른 은행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2월13∼28일 480만주를 순매도했던 국민은행 주식은 3월 들어 65만주 순매수로 전환했다. 한미은행은 12일 35만주, 13일 23만주를 각각 순매수했다. 신한지주도 12일 262만주를 순매수했다. 부산은행은 2월4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사들여 지금까지 모두 1180만주를 순매수했다. 대구은행 주식도 2월27일 이후 111만주 순매수.

▽평가와 전망〓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외국인은 SK글로벌 사태를 한국의 재벌구조나 은행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보지 않고 개별기업의 문제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은 SK글로벌 회생 과정에서 자금 지원을 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SK글로벌이 보유 중인 400만주의 SK텔레콤 주식을 매도하면 자사주로 떠 안겠다고 밝혔다”면서 “외국인들은 이를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조병문 애널리스트는 “은행주에 대한 충격은 일단락됐다”면서 “최근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펀더멘털 개선 기대보다는 주가가 너무 떨어진 데 따른 가격 메리트가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증권사 'SK쇼크' 비상 ▼

장기 증시 침체에 SK 관련 주식의 환매 사태가 겹치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증권업종 지수는 6.66% 떨어져 운수창고업종에 이어 두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오후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던 LG투자증권은 종가가 1만700원으로 14.06% 급락했고 동원증권과 하나증권은 하한가를 쳤다. 현대증권도 6.54% 떨어지는 등 브릿지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을 제외한 21개 증권사 주식이 모두 하락했다.

대규모 환매사태 이후 수익증권 판매수수료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수익증권의 가치 하락을 우려해 환매를 요구하면 증권사의 수익증권 판매잔액은 줄어들게 된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이날 “SK글로벌 사태가 더 악화되면 삼성증권 LG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형증권사의 수익증권 판매 비중이 다른 증권사보다 높기 때문.

7일 현재 주식형을 제외한 수익증권 판매잔액은 삼성증권이 24조8850억원(시장점유율 14.4%)으로 가장 많다. 이어 LG투자증권 7조3310억원(4.3%) 현대증권 7조2830억원(4.2%) 대우증권 4조1760억원(2.4%) 순이다.

수익증권 판매수수료가 전체 수익에 미치는 기여도를 따져보면 삼성증권의 경우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369억원으로 전체 수수료 1286억원의 28.7%를 차지했다. 현대증권은 11.2%, 대우증권 9.7%, LG투자증권 9.6%.

반면 대신증권은 수익증권 판매잔액이 1629억원으로 시장점유율 0.9%에 불과하고 수수료 수입 비중도 2.6%에 그쳐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주요 증권사별 수익증권 판매수수료의 수익 기여도(단위:억원,%)
삼성증권LG투자증권현대증권대우증권대신증권
수익증권 판매수수료(A)36985997920
전체 수수료 수입(B)1286886877813748
A/B28.79.611.29.72.6
기간은 2002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자료:굿모닝신한증권

▼SK그룹 4개社 14일 주총 ▼

SK㈜와 SK텔레콤 등 257개 12월 결산 상장 등록기업의 정기주주총회가 14일 한꺼번에 열린다.

증권거래소는 13일 포스코 SKC 유한양행 등 176개 상장기업이 14일 주총을 연다고 밝혔다. 코스닥 등록업체 81개도 14일 주총을 연다.

분식회계 파문의 진원지인 SK글로벌은 당초 14일 주주총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검찰수사와 관련해 이 달 말로 연기했다.

분식회계 파문에 휩싸여 있는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는 14일 오전 10시 서울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주총을 연다. SK텔레콤은 14일 오전 9시 보라매 사옥 4층 대강당에서, SKC는 오전 10시 서울사무소 13층 강당에서, SK케미칼은 같은 시간 본사 스카이홀 1층에서 주총을 개최한다.

14일 주총이 열리는 회사는 한국타이어 코오롱 한국화장품 태영 현대중공업 팬택 LG전자 등 상장사와 쌍용정보통신 오리엔탈정공 코리아나화장품 등 코스닥 등록업체 등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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