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銃聲에 사라'?

  • 입력 2003년 3월 6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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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銃聲)에 사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라크전쟁 발발을 기정 사실화할 경우 매수 타이밍에 대한 해법이다.

그렇다면 목표수익률('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다가 오를 것인지')과 매도 타이밍('언제 무엇을 계기로 팔아야 할지')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증권가는 개전 직후 주가는 우려만큼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 뒤의 주가 반등 폭도 기대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로서는 전쟁 발발 후 유가 흐름과 경기 시그널을 살펴가면서 소재, 정보통신주 등 경기민감주 중심의 조심스런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전쟁 주가 화끈하지는 않을 것= 투자자들이 바라는 것은 개전 직후 주가가 폭락해 바닥을 찍은 뒤 곧바로 튕겨 올라 대세상승 국면이 펼쳐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라크전쟁과 성격과 강도가 비슷했던 과거의 쇼크를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1991년 걸프전쟁 때 뿐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는 주가는 11개월 내리 밀린 뒤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다. 9.11테러 때는 단기 폭등 뒤 하락하는 흐름이었다.

메리츠증권 조익재 수석스트래티지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쇼크 직후의 주가 등락폭을 결정하는 것은 경기 유동성 등 경제 환경이었다. 또한 주가 반등시점은 대체로 유가 하락시점과 일치했다.

이번엔 어떨까? 개전 직후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겠지만 과거 쇼크 때보다는 시기가 짧고 낙폭이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위기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각국 주가가 과거 1, 2차 오일쇼크 때의 하락 폭에 버금가는 정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뒤이은 주가 반등은 대세상승으로 이어지기에 힘이 부칠 것으로 관측된다. 전 세계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증시로 흘러들 수 있는 잉여유동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증시는 짧은 폭락에 뒤이어 유가 하락 기대감에 힘입어 단기 상승한 뒤 경기 회복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이 나오지 않는 한 정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 이후 핵심변수는 유가와 북한 핵= 이런 전망은 전쟁이 별탈없이 끝난다는 가정 하에 가능한 얘기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전쟁 기간중 유정이 파괴되거나 전쟁 양상이 생화학전, 이스라엘 개입 등으로 장기화한다면 주가 흐름은 가늠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단기전이냐 장기전이냐보다는 고(高)유가가 해소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

나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북핵 문제는 한국 증시가 안고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위험 요인이다. 대우증권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북핵 문제는 이라크전쟁과 무관하게 주가든 경기든 한국 경제의 모든 것을 뒤엎 을 수 있는 악재"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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