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두 회장…최태원 vs 정몽헌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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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군 최태원▼

한국의 대표적인 2세 경영자인 최태원(崔泰源·사진) SK㈜ 회장이 개인적인 삶이나 기업인으로서의 인생에서 중대 기로에 섰다. 최 회장은 합리적인 2세 경영인의 이미지로 알려졌으나 그룹 지배권 확보과정에서의 무리수로 발목이 잡혔다.

그룹 내에서 그는 토론을 통한 합의를 끌어내기를 즐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매주 과장급 직원들과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캔맥주를 마시며 사업 방향에 대해 토론을 하는 모습이 그 같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처럼 다양한 신사업 모델을 실험하는 등 사업 추진과정에서는 저돌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는 뚜렷한 사업 성과를 과시, 후계자로서의 권위를 확립하려는 2세들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그러나 의욕에 비해 이를 현실과 접목시켜 분명한 실적을 보여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가 유보적이다.

이 때문에 후견인인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그룹의 장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손 회장의 퇴진이 아닌 검찰 수사로 큰 위기를 맞게 됐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최 회장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91년 SK글로벌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96년 SK㈜ 경영실장, 97년 같은 회사 대표이사 부사장 등으로 고속 승진했다. 부친(최종현 회장)이 작고한 98년 그가 SK그룹 회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는 게 세간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총수 자리는 전문경영인인 손 회장에게 돌아가고 자신은 주력 계열사인 SK㈜ 회장으로만 취임하면서 투톱 경영실험에 나섰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웃고 있는 정몽헌▼

21일 오전 개성공단 육로답사에 나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대북송금 관련 특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는 등 비밀송금 파문의 여진이 남아있었지만 대북사업에 관한 한 정 회장은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정 회장은 이날 출발직전 기자들에게 “이번 개성공단 육로답사는 금강산 육로관광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의선 임시도로를 통한 개성 답사는 “남북경제협력의 시발점이자 남과 북이 국제사회에 동반 진출하는 이정표”라는 것.

또 “개성으로 가는 이 길은 장차 평양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것” “유적지가 잘 보존돼 있는 개성은 남과 북을 잇는 하루짜리 관광코스가 되기에 충분하다”며 개성공단 육로답사의 의미를 짧은 시간에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대북송금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었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입장을 묻자 “나중에 봅시다”라며 대답을 피했다. SK그룹 검찰수사에 대해선 “그만 합시다”며 말을 뚝 끊었다.

현대상선 2억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3억달러에 대한 자금조달 경위와 송금방식,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압력설에 대해선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한편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이날 개성공단 육로답사를 마치고 돌아와 “북측과 다음달 25∼30일 평양현대정주영체육관(가칭) 준공식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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