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의 핵 '손절매' 얼마나 남았나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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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이나 외국인의 주식 팔기 행태는 개인과는 크게 다르다.

개인은 주가가 떨어지면 ‘내일부턴 오를 거야’하는 미련이나 ‘이미 반토막났는데 지금 팔아 뭐 하나’하는 자포자기로 못 팔고, 주가가 오르면 들뜬 기대감 때문에 못 판다.

반면 외국인은 투자금액이 큰 데다 길게 내다보고 합리적으로 투자한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이익을 실현하고 빠졌다 싶으면 냉정하게 손절매를 한다.

기관은 대부분 남의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기 때문에 고집대로 밀고 나가지 못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주가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믿더라도 고객이 환매를 요청하면 군소리 없이 주식을 팔아야 한다.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이 예측 가능한 것은 이처럼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거나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이들이 증시에서 늘 주도권을 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도세력 없이 주가가 밀리는 요즘 같은 때 주가 향방을 가늠하려면 기관이나 외국인의 손절매 가능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관, 팔고 싶어도 팔 게 없다〓동원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해 10월 중순∼12월 초의 상승장에서 산 금액만큼을 팔았다. 12월 초 이후 하락장에서는 1조3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빨리 움직인 곳은 투신권. 주식 비중이 60% 이상인 순수주식형 수익증권의 잔액은 지난해 10월 하순의 정점에서 45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순매도 규모는 1조1000억원. 워낙 많이 판 탓에 고객에게 돌려준 돈 외에 6500억원의 현금이 쌓여있다.

투신권에서는 밑으로는 550선, 위로는 700선을 환매가 본격화할 지수대로 생각한다. 종합주가지수가 550선 이하로 급락하지 않는 한 기관의 손절매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것.

SK투신운용 장동헌 운용본부장은 “요즘 연기금 금융회사 등 기관 고객한테서 환매 요구가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개인고객의 위탁자산은 오히려 소폭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외국인〓외국인은 지난해 10∼12월 상승장에서 2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평균 매매단가는 종합주가지수 기준 684. 27일 현재 13.3%의 손실을 본 셈이다.

종목별로는 보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삼성전자(1조7966억원 순매수)는 평균 매입단가 35만5900원에서 16% 떨어졌고 삼성전기(466억원 순매수)는 5만1790원에서 26% 하락했다. 하지만 SKT(64억원 순매도·이하 같음), 현대자동차(156억원), 한국전력(250억원) 등은 산 금액보다 판 금액이 많았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상승장에서 대량 순매수한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을 중심으로 손절매가 나올 개연성이 있지만 지수가 전저점인 580선 밑으로 급락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주식 보유기간이 기관이나 개인보다 길고 △연초 숱한 악재에 굴하지 않고 매수 기조를 유지해왔으며 △현물 매수를 선물 매도로 헤지할 수 있고 △한국 증시가 올 들어 가장 저평가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중장기투자자라면 주가가 완만하게 전저점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낙폭이 큰 대형 우량주를 저점 매수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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