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전에 한번 더 확인"…홍삼-키토산제품 피해많아

  • 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29분


요즘 홍삼과 키토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사이비 제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 제품과 관련한 피해 상담이 폭증해 올해만도 21일 현재까지 모두 109건이나 됐다고 23일 밝혔다. 1월이 열흘 남았는데도 지난해 12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기자는 홍삼 관련 제품의 판매 현장을 우연히 목격했다.

토요일인 18일 오후 충북 충주시 한 초등학교 부근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1.5t 트럭이 동네를 돌면서 고성능 스피커로 “소금 등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소식을 전했다. 얼마 뒤 주민 40∼50명이 트럭 주위에 모였다.

“곧 수협에서 시내에 수산물직판장을 여는데 홍보삼아 왔습니다. 제일 좋은 게 입소문 아닙니까. 여러분께 홍보 많이 해달라고 물건을 그냥 드리는 겁니다.”

수협 유니폼까지 차려 입은 남자 2명의 구수한 입담에 주민들은 즐거워하며 선물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이들이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영덕대게 등 우리 수산물이 잘 팔리지 않아 힘듭니다. 우리 것을 많이 사 주십시오. 영덕대게 주산지인 강구수협에서도 대게가 안 팔려 게 껍데기로 키토산을 만들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그들은 ‘키토산이 몸에 좋다’는 TV 뉴스와 유명 여자탤런트가 등장하는 아침 방송을 짜깁기한 비디오를 틀어줬다.

“강구수협에서는 키토산에다 홍삼까지 섞어 당뇨 환자나 허약한 사람에게 아주 좋은 ‘홍삼키토 올리고당’이란 것을 만들었습니다. 말 나온 김에 혹시 이 제품 사시겠다면 알아봐 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를 통해 사면 두 개를 한 개 값에 살 수 있습니다. 원래 50만원인 그 제품을 25만원에 보내드립니다.”

커피를 탄 물에 ‘홍삼키토올리고당’ 캡슐을 깨 넣었더니 커피 색이 변했다. 또 무슨 화학약품을 섞은 물에 넣으면 색깔이 바뀌는 등 신기한 ‘묘기’도 선보였다. 솔깃해진 주민 10여명은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냈다.

비슷한 일이 한 주 내내 ‘후포수협’의 이름으로 충주 시내 한 관광호텔 이벤트홀에서 계속 열렸다. 유명 여자탤런트가 등장해 주부들에게 후포수협 ‘홍삼키토올리고당’ 제품의 우수함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속은 것이다. 강구수협은 이런 제품을 만든 적이 없다고 밝혔다. 후포수협은 “작년에 그 제품을 만들었으나 유통과정에서 소비자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올해부터는 후포수협 이름으로는 팔지 못하도록 금지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보원 이창옥 상담팀장은 “이런 제품은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품을 신청했어도 해약하고 싶으면 해약의 뜻을 밝히면 된다. 물건이 오더라도 손대지 말고 2주 안에 내용증명 우편으로 해약을 요구하면 된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 해약을 거절하는 경우엔 소보원 상담실(02-3460-3000)에 도움을 구하라고 이 팀장은 당부했다.

충주=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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