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한국경제 최대 숙제는 부실처리"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57분


삼성경제연구소는 25일 “올해 한국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국가신용등급 회복 등으로 대외 위상이 크게 높아졌으나 이에 걸맞은 경제 사회적 역량이 축적되지 않아 많은 과제가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날 ‘2002년이 남긴 한국경제의 10대 숙제’라는 보고서에서 “올해는 외형적 성장에 이끌려 경제구조조정이 지연됐으며 그동안 성장을 주도한 내수시장이 한계에 부닥쳐 앞으로의 경제가 불안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국경제의 10대 숙제 가운데 첫 번째로 ‘부실처리 지연’을 꼽았다. 외환위기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등은 아직도 구체적인 처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퇴출장치가 미흡하고 경기 불투명으로 인해 앞으로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에 못 미치는 한계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번째는 가계소비와 가계부채의 급증. 정부가 각종 대책을 추진했으나 그 효과가 미흡해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중 가계부채가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고의 기업 실적에 대해서도 연구소는 ‘외화내빈’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대기업의 실적이 전체 평균을 올렸을 뿐 적자업체의 비중이 29.7%로 늘어났으며 전체 상장기업 순이익의 54%를 상위 5개사가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기조로 성장기반이 약화되고, 중국 등의 추격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점 역시 한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 밖에 △벤처에 대한 불신으로 침체 장기화 우려 △월드컵 효과의 활용 미미 △전략적 통상정책과 홍보 활동 부족 △남북경제협력의 답보 △정치적 리더십의 약화와 사회갈등 돌출 등을 해결과제로 꼽았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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