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와 樂]주류업계 연말특수속 '가짜 비상'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7시 21분


《가짜 양주를 막아라.’ 술소비가 많은 연말, 양주 제조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밀히 유통되고 있는 가짜 양주 때문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양주 종류는 크게 2가지. 자체적으로 대량의 가짜 양주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경우와 일부 업소에서 값싼 양주를 고급 양주병에 담아 파는 경우다.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소비자들에게 싼 술을 비싸게 속여 파는 공통점이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가짜 양주를 막는 업계의 노력〓진로발렌타인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위조방지장치를 붙인 ‘임페리얼 키퍼’를 내놨다.

위조를 막아주는 장치인 ‘키퍼 마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형상이 나타나도록 특수하게 인쇄된 라벨을 뜻한다. 이와 같은 마크는 전 세계적으로 화폐, 수표, 여권, 자격증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키퍼 마크는 보는 각도에 따라 ‘방패문양과 12’, ‘IMPERIAL CLASSIC’, ‘IMPERIAL 12 YEARS OLD’ 등과 같은 로고와 문자가 보이도록 3차원 문양으로 고안됐다. 이처럼 정교한 라벨은 위조하기 불가능하다고 진로발렌타인스는 주장했다.

슈퍼프리미엄 위스키인 ‘피어스클럽 18’을 내놓은 두산은 양조 뚜껑의 캡슐이 곧 위조를 막는 장치라고 말한다.

피어스클럽 18은 ‘틴 캡’으로 불리는 수입용 캡슐을 사용한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이 캡슐을 부드럽고 깨끗하게 병에 씌울 수 없다. 게다가 한번 캡슐을 벗겨내면 쭈글쭈글해지기 때문에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양주병의 캡슐이 깨끗하지 않거나 주름이 가 있다면 가짜라고 보면 된다.

‘윈저17’을 내놓은 디아지오 코리아(옛 시그램 코리아)는 올 7월 처음으로 홀로그램 라벨을 부착했다. 홀로그램 라벨은 주로 카드회사에서 위조를 막기 위해 사용해 온 제품.

윈저17의 홀로그램 라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뀐다. 따라서 양주의 라벨이 엉성하게 붙어 있거나 색이 변하지 않으면 가짜 양주일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짜 양주 감별법〓주당(酒黨)들이 모이면 저마다 가짜양주 감별법을 말하곤 한다. ‘양주에 불을 붙여봐야 진짜인지 구별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짙은 갈색을 띠는 양주가 진품’이라고 소리 높이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천병씩 세관을 통과하는 양주의 진위를 가리는 관세청은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먼저 가짜양주는 병부터 조악한 느낌이 난다. 라벨의 인쇄상태가 좋지 않거나, 탈·부착 흔적이 남아있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또 뚜껑의 로고가 선명하지 않거나 술 색깔이 혼탁해 보여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외관상 문제가 없다면 다음은 양주병을 뒤집어 볼 차례. 진품을 뒤집으면 양주 윗부분에 타원형으로 큰 물방울이 생기는 반면 가짜는 자잘한 물방울들이 떠오른다. 또 양주를 흔들었을 때 진품은 부유물이 곧 없어지지만, 가짜는 2, 3분 지난 후에 사라진다.

유리를 가열하면 구멍이 나기 때문에 뜨거운 바늘로 양주병 바닥을 뚫어 가짜 술이나 물을 섞기 때문이다.

술을 마실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술을 시켰을 때 미리 뚜껑이 따져서 나온다면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손님들이 취하면 가짜 양주를 슬그머니 내놓는 악덕 술집이 있기 때문이다.양주를 구입할 때는 백화점이나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제조사와 직거래하기 때문에 유통 경로가 짧아 가짜로 둔갑할 확률이 그만큼 낮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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