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5년´ 한국은 지금…]단기외채-가계부채 급증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22분


한국은 공적자금 157조원을 들여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이 때문에 재정부문이 취약해져 앞으로 다른 ‘경제위기’가 닥치면 ‘안전판 기능’이 크게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와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어 정부와 정치권, 민간부문이 함께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외환위기 5주년’에 대해 본보가 심층취재하면서 연쇄적으로 접촉한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잇따라 나왔다. 한국정부는 1997년 11월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함으로써 ‘IMF 관리체제’에 편입됐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기회를 잡았지만 아직 충분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언제든지 경제위기가 재발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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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팀장을 지낸 박개성(朴介成) 가립회계법인대표는 “국가부채가 120조원이라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실제로 정부가 갚아야 할 금액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76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미 재정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97년 말부터 2000년말까지 30대 그룹에서 줄어든 부채규모가 약 92조3000억원이고 이 기간에 늘어난 정부 부채는 119조2000억원”이라며 “기업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좋아진 것은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희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주성(全周省) 이화여대 교수는 “공적자금의 이자를 사실상 정부예산에서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공적자금은 당연히 정부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윤제(趙潤濟)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가계부채와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나는 등 불안한 요인이 많아 자칫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어디에서 위기의 물꼬가 다시 터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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