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칠레 FTA 준비없이 조급했다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43분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다지도 어려운가. 칠레와 FTA를 맺기 위해 제네바에서 열렸던 제6차 협상에서 한국과 칠레가 막판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니 안타깝다. 우리측 협상단이 치밀하게 협상을 준비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1998년 말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칠레와 FTA를 맺기로 합의한 이후 여러 차례 협상이 진행되다가 결렬됐지만 이번만큼은 기대가 각별했다. 현 정권에서의 마지막 협상인데다 김 대통령의 임기 중에 타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판에 돌발변수로 협상이 다시 결렬되고 최종결정이 3일 뒤로 미뤄졌다니 실망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국가간의 협상에 대한 준비가 그토록 허술했단 말인가. 최종타결 직전에 예상치 못한 금융서비스 개방문제가 불거져 나와 합의에 실패했다면 상대방의 기본방침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협상장에 나간 꼴 아닌가. 외교통상부가 금융정책에 관한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사전에 제대로 조율도 안 했다니 어이가 없다.

외교통상부가 무엇 때문에 관계부처간의 협의를 생략할 정도로 조급했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 합당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현 정권 집권 중에 한 건 올리려는 의도에서 서두르다 이런 일을 당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외교통상부는 할말이 없게 됐다.

한·칠레 FTA의 성패는 단지 이 한 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FTA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제무역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여러 지역경제나 국가들과 협정을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은 칠레보다 협상여건이 더 어려울 것이다. 국내 산업과 이해관계자들의 대립과 갈등이 날카롭게 마주칠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면 기대보다 걱정이 크다. 외교통상부는 과연 협상을 할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장차 세계경제의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통상정책의 틀과 조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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