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이켄그린교수 "한국 경제개혁 절반의 성공"

  • 입력 2002년 10월 4일 19시 05분


국제금융학계의 석학인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한국의 경제개혁은 미완이며 제2의 외환위기를 피하려면 기업부문을 더욱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5주년을 맞아 서울대 국제금융센터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중인 아이켄그린 교수는 또 엔화 약세 가능성과 중국경제의 약진으로 한국경제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통’ 학자인 그는 한국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정책 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경제에 대해 대체로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국 경제가 성장 궤도에 재진입했다고 보는가.

“외국인으로서 가장 평가하기 힘든 경제가 한국 경제다. 한국은 위기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경제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개혁은 절반은 채워지고 절반은 비어 있는 ‘유리컵’이다.”

-외환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금융개혁은 성공적이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 잘 마무리하면 된다. 새로 도입한 변동환율제도도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기업 부문이 문제다.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중시 경영의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임박한 한국 대통령 선거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 같다. 첫째, 한국 정부는 선거를 위해 돈을 많이 풀고 있지 않고 있다. 둘째, 대선 때문에 사회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큰 문제인데, 이 점에서도 한국은 브라질과 다르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금융권 잠재부실 문제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국의 경제성장은 은행 부실로 제동이 걸릴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 덩치를 키워 환부(患部)를 작게 보이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결국 금융부실 문제가 전면에 떠오를 것이다. 중국은 펀더멘털이 좋다. 생산적인 노동력, 낮은 임금 수준, 능력 있는 기업가들, 화교경제권과의 경제적 유대 등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고품질 고기술 부문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이 대응할 시간 여유는 충분하다.”

-일본의 장기불황에 대한 해결책은….

“구조적으로는 금융권 부실 규모를 근본적으로 줄여야 하며 회생 불가능한 은행들은 폐쇄해야 한다. 거시경제적으로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가격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지속적인 엔화 평가절하 일정을 밝혀 대외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엔화 평가절하는 단기적으론 한국의 상대적인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한일 양국에 모두 득이 된다.”

-미국경제가 ‘더블 딥’(미처 회복하기 전에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은….

“확률이 3분의 1 정도다. 9·11테러와 엔론 사건이 소비 및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전쟁 가능성도 큰 악재다. 그런데도 지난 1년간 3%의 경제성장을 이룬 점을 감안할 때 과거보다는 느리지만 지속적인 회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국 금융시스템이 건전하고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울러 1990년대 생산성 혁명의 효과가 아직은 살아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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