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사들 부실채권규모 “쉬쉬”

  • 입력 2002년 8월 27일 17시 36분


올 3월말 삼성증권의 실적을 받아본 투자자들은 실망했다. 삼성증권의 세전이익은 2월말까지도 2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3월말 결산에선 절반(104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손실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이익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증권사들이 부실채권 규모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증권주 투자자들은 언제 부실이 반영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부실채권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동원증권 권기정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어떤 부실채권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실 처리 수준은 은행에 못 미쳐〓삼성 LG 현대 대신 등 4개 증권사의 주요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비율은 은행권에 못 미쳤다.

각 증권사는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으로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60∼75%, 현대석유화학에 대해 30%(삼성만 65%)를 쌓고 있다. 이는 은행권의 80∼90%와 4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증권사는 채권담보부증권(CBO)펀드나 하이일드펀드 등에 편입된 채권값이 떨어지면 시장가격과의 차이를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메리츠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부실채권은 거래되지 않아 시장가격이 없으므로 은행 수준의 충당금을 쌓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의혹 덩어리, 미매각 수익증권〓미매각 수익증권도 증권사의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요인.

미매각 수익증권에는 고객이 환매를 요청했을 때 시장에서 팔 수 없어 증권사가 떠 안은 부실채권도 포함돼 있다. 언젠가는 손실로 처리될 채권이지만 증권사들은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닉스는 그나마 시장에서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손실을 많이 반영한 편”이라며 “갑을 고합 등 규모가 작은 부실업체의 채권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권기정 애널리스트는 “감춤으로써 의혹이 더 커지는 만큼 부실채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증권사별 미매각 (단위:억원)
증권사미매각 수익증권
삼성7394
LG투자4600
현대3460
대신 631
6월말 현재 기준. 자료:각 증권사

증권사별 부실채권 보유 금액 (단위:억원, %)
증권사하이닉스반도체현대석유화학
액면금액충당금적립비율액면금액충당금적립비율
삼성346759565
LG투자2697553230
현대8146053930
대신20060--
6월말 현재 기준. 자료:각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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