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기관투자가 매매관행 논란…주식없어도 “팔자”

  • 입력 2002년 8월 27일 17시 36분


‘왜 기관투자가는 증거금이 없어도 주식을 살 수 있나.’

최근 굵직한 증권 관련 금융사고가 모두 기관투자가 계좌에서 발생하면서 그동안 기관투자가가 누리던 두 가지 혜택, 공매도와 증거금 면제 관행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기관투자가라는 이유만으로 증거금을 면제해주는 그릇된 거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기관 계좌에서 일어나는 대형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증거금 면제〓주식 거래에 대한 자금 결제일은 매매일의 이틀 뒤(거래일 기준)로 정해져있다. 투자자가 오늘 주식을 사더라도 돈은 이틀 뒤에 내면 된다. 대신 투자자가 결제일에 돈을 못 낼 것에 대비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최소한의 보증금을 요구하는데 이 돈이 증거금이다.

증거금을 얼마로 정하느냐는 증권사 마음. 대부분의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에게 40%의 증거금을 받는다. 1만원짜리 주식을 사려면 당일 최소한 4000원이 계좌에 들어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관은 이 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23일 일어난 대우증권 계좌도용 사건 때 범인이 증거금 한 푼 없는 기관 계좌에서 무려 258억원 어치의 주식 매수 주문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관행 덕분이다.

▽공매도〓계좌에 주식이 없으면서도 주식을 팔겠다는 주문을 내는 것이 공매도다.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단 증권사가 ‘우리 고객은 결제일까지 주식을 반드시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 고객의 뜻대로 공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

문제는 기관이 공매도를 요구할 때 대부분의 증권사가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거래를 체결해 준다는 점.

기관이 증권사 직원에게 “지금은 없지만 내일이면 A종목이 우리 계좌로 들어온다. 걱정말고 오늘 A종목을 미리 팔아달라”고 요청하면 거의 거래가 성사된다. 기관에는 공매도가 사실상 허용되는 현실이다.

▽대형 금융사고 우려〓개인에 비해 기관이 증거금을 면제받고 사실상 공매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기관 계좌는 안전하다’고 믿었기 때문.

그러나 개인의 계좌에서 사고가 나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기관에서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우증권 계좌도용이나 올 2월 동원증권 공매도 사건 모두 사고 규모가 수백억원대였다.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실제로 기관 계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는 데도 ‘기관계좌는 안전하다’는 이유로 혜택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증거금과 공매도에 관한 규정 및 실태
사안규정실태
증거금증권사 자율개인 : 약 40%씩 증거금 받음기관 : 관례상 증거금 면제
공매도원칙적으로 공매도 금지. 단 개인이건 기관이건 결제일까지 주식 물량 확보가 확실한 경우만 허용개인 : 공매도 사실상 불가능기관 : 공매도 주문을 내면 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바로 거래를 체결해 주는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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