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환관리委 가동-수출 다변화등 대기업 원高대응 비상

  • 입력 2002년 7월 15일 18시 45분


올 들어 원-달러환율이 1300원대에서 1100원대로 급속히 떨어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환(換)관리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이 많은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유화 등의 업체들은 원-달러환율이 1100원, 1150원대로 떨어지는 데 대한 모의계산(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단기 외환거래를 통해 위험분산(헤지)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사(全社)적인 환율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상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대기업 하반기 경영실적 비상〓하루 평균 700∼800건의 외환거래를 하는 삼성전자는 원-달러환율이 연간 100원 떨어지면 매출이 2조원가량 줄 것으로 예상한다. LG화학은 80원 떨어질 경우 연간 영업이익의 5%인 240억원 정도가 준다.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환율이 떨어진 만큼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

따라서 삼성전자는 올 들어 달러화 약세에 대비해 유로화 결제 비중을 지난해의 두 배인 전체의 20% 수준으로 늘렸으며 해외법인들은 달러화와 현지화의 비율을 반반씩 유지하고 있다.

LG화학은 앞으로 2∼3년간의 환율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 1억2000만달러의 변동금리부채권(FRN)을 발행하는 등 외화 차입금을 늘렸다.

기아차는 올 들어 재무팀에서 10명의 국제금융팀을 분리했으며 전 임직원의 사무실에 실시간 환율을 나타내는 전광판을 설치했다. 현대자동차는 국제금융팀, 수출입관련팀, 재무팀장 등으로 구성된 ‘위험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전사적 환관리프로그램 도입〓철강업계와 조선업계도 외환관리에 적극적이다. 대우조선은 환율 급변동에 대비해 선박 수주계약을 한 뒤 건조대금을 전액 선물환(先物換)으로 헤징한다. 또 외환관리 규정을 사규에 명시하고 외환업무팀, 자금팀, 영업기획팀 등 5개 핵심부서 실무자들로 ‘외환관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매달 경영진에 실적을 보고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주요 임원들이 참석하는 ‘환위험관리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외환관련 지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환관리 전문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우조선해양 김동각(金東珏) 재무담당 이사는 “최근 몇 년간 환율이 급변해 기업들이 외환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면서 “실제로 전사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인식과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체질 강화〓기업들은 원화 강세가 지속되더라도(원-달러환율 하락)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 체질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둥펑자동차(東風汽車集團) 등과 합작해 중국공장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유럽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판매망을 정비해 수출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또 환율 변화에 따라 수출단가를 쉽게 높이지 못하기 때문에 고가·고수익 차량의 수출과 유로화 결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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