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동차-중공업 등 '파업 후유증'

  • 입력 2002년 7월 14일 18시 31분


자동차, 중공업, 섬유 등 주요 제조업의 상당수 기업들이 부분파업 등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화가치 급등(원화환율 하락)과 수출환경 악화 등으로 올 하반기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사분규가 겹치면서 생산차질 등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9월 특별소비세율 환원을 앞두고 내수주문이 폭주해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자동차 업종은 일부 업체 노조가 잔업을 거부하거나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회사 측과 16차례 본협상을 가졌으나 임금인상 및 성과급 지급 규모 등 주요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달 24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주야간 2시간씩의 부분파업을 8일부터 4시간씩으로 확대하는 등 파업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회사 측은 노조 파업 때문에 11일까지 2만4600대(3160억원)의 생산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아차 김봉경 이사는 “현재 2만여명의 계약자가 9월 이후 차를 받아 특소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쌍용차 노조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2∼7일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으며 8일부터는 주야간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차도 지난달에 17일간의 노조 부분파업으로 2만8774대(3693억원)를 생산하지 못했다.

중공업계는 대부분의 사업장이 2개월 가까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중이며 두산중공업에 이어 일부 다른 사업장에서도 파업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임단협 방법을 놓고 회사 측과 이견을 보여 5월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달반가량 전면파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하루 90억원씩 총 35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생겼고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납품설비,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담수설비 등을 제때 납품하지 못해 국제적으로도 이미지가 손상됐다.

이 회사 노사는 7일 지역중재단의 중재로 파업을 끝내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노조는 회사 측이 중재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다시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삼호중공업은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同數) 구성, 해고자 복직 등 쟁점에서 이견이 해소되지 않자 노조가 1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90.47%의 찬성을 얻어 12일 전체 작업장에서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도 2개월째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인력 재배치, 산업재해 환자 처리 등 현안을 타결짓지 못했다.

화섬업계는 고합, 효성 등 울산지역 일부 사업장이 홍역을 앓고 있다.

고합 울산공장은 노조가 매각에 따른 고용승계와 퇴직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2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지난해 파업을 벌인 효성 울산공장은 노노(勞勞) 갈등으로 본격적인 임급협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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