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22>]제일제당그룹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16분


이재현 회장(오른쪽 줄 4번째)이 본사 근처 남산에서 직원들과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며 의견을 듣고 있다.
이재현 회장(오른쪽 줄 4번째)이 본사 근처 남산에서 직원들과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며 의견을 듣고 있다.
‘삼성에서 떨어져 나온 삼성그룹의 모태(母胎).’

제일제당이 95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지 7년. 이제 제일제당그룹은 단순한 식품회사에서 벗어나 제약 바이오 홈쇼핑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을 포괄하는 종합 생활문화그룹으로 변신했다.

모든 기업이 몸을 움츠렸던 외환위기 때 알짜 신규사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모험’을 감행한 결과다.

제일제당그룹은 업종이 말해주듯 ‘벤처 같은 대기업’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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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만 날쌔다〓제일제당은 삼성그룹의 초석을 닦은 기업이지만 90년대 중반까지는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을 만드는 식품회사에 머물렀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95년은 제일제당이 새로운 그룹으로 도약을 시작한 원년이다. 당시 미국 할리우드 벤처 영화사인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식품회사가 영화판에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감행한 것.

이렇게 시작한 제일제당의 영상분야가 2000년 분사해 ‘CJ엔터테인먼트’로 탄생했다. 이 회사는 드림웍스의 아시아 배급권과 국산영화 투자를 통해 영화업계 시장점유율 1위로 부상했다. 당연히 그룹의 핵심업체 가운데 하나가 됐다.

제일제당은 또 식자재 유통, 외식, 미디어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 진출했으며 2000년에는 홈쇼핑업체인 39쇼핑을 인수했다. 이 기간에 음료 화장품 사업을 매각하고 생수사업을 접는 구조조정도 했다.

현재 제일제당그룹은 ‘식품과 바이오’로 이뤄진 전통사업과 ‘미디어와 신유통’의 미래사업으로 구성된 2축 4륜 체제다.

독립 당시 3개였던 계열사는 현재 28개. 매출은 95년 1조5200억원에서 작년 5조6000억원으로, 세전 이익은 140억원에서 2050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당시 233%에서 작년 말 130%로 낮아졌다.

▽전통사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서 사장과 부회장을 지낸 손경식(孫京植·63) 회장은 손해보험업계의 대부답게 ‘리스크 관리’에 능한 장점을 살려 그룹을 챙겨왔다.

전통사업 분야의 좌장은 제일제당 김주형(金周亨·55) 사장. ‘덕장(德將)’으로 통하며 곡물 구매의 전문가로 다른 회사보다 싸게 원료를 들여와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72년 제일제당에 입사, 원료사업부 등을 거쳐 2000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게토레이 쁘띠첼 등 히트상품을 만든 김진수(金晋洙·51) 부사장은 김주형 사장과 경복고,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다. 자체 소비자 테스트를 도입했는데 이를 통과해 세상에 나오는 신제품은 10개 중 1, 2개에 불과하다.

전길환(田吉丸·62) 부사장은 미국 텍사스 A&M대학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유니레버’사 연구소에 있다가 92년 제일제당에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영입됐다. 바이오·제약분야의 연구개발(R&D)을 관리하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CTO상을 받기도 했다.

김상후(金相厚·54) 부사장은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업체인 CJ푸드시스템 대표. ‘외유내강형’으로 B2C분야 진출과 식자재 브랜드화 작업을 통해 식자재 사업을 미래 유망사업으로 변신시켰다.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

냉동식품을 제조하는 모닝웰의 이강수(李康洙·54) 대표이사 부사장은 제일제당 육가공 공장 등 조분야의 구석구석을 누빈 전형적인 ‘현장맨’. 75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20여년간 가공식품 분야에서 일해왔다. 외환위기 때도 흑자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신규사업을 이끄는 경영자들〓홈쇼핑업체 CJ39쇼핑의 조영철(趙泳徹·56) 사장은 e메일 주소를 ‘초스피드’(chospeed@cj.net)로 쓸 만큼 속도경영을 강조한다. 물론 ‘cho’는 자신의 성(姓)을 뜻하기도 한다. 매 순간 실적이 검증되는 홈쇼핑은 빛의 속도로 경영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광속 경영’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물류서비스 업체 CJ GLS는 제일제당의 물류사업부를 독립시킨 회사. 다른 업체와 달리 창고와 차량은 아웃소싱하고 기술 정보망 인력만 보유해 물류관리를 컨설팅하고 있다. 14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해온 박대용(朴玳用·50) 상무가 대표.

CJ엔터테인먼트 이강복(李康馥·50) 대표이사 부사장의 이력은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78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원료사업부 등을 거쳐 2000년 CJ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됐다. 회사를 맡은 지 얼마 안돼 연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그룹의 젊은 피〓제일제당그룹은 40대 임원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이성기(李聖基·45) 김동성(金東成·44) 정홍균(鄭弘均·42) 등 3명의 상무는 이재현(李在賢)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인사 홍보 법무 등을 총괄하는 지원본부(SSU)장인 이 상무는 직급파괴 호칭파괴 자율복장제 등 그룹의 독특한 문화를 정착시켰다.

‘재무통’(CFO)인 김 상무는 외환위기 당시 재무팀장으로 차입금을 줄이고 불필요한 주식 및 부동산을 과감하게 처분해 재무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현재 경영지원실장.

정 상무는 경영전략실장으로 미래사업을 발굴한다. 학부는 식품공학, 석사는 MBA, 박사는 물류를 전공해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대학시절 그룹사운드에서 드럼을 치기도 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제일제당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
그룹회장손경식63경기고, 서울대 법학서울
제일제당사장김주형55경복고, 서울대 농업경제서울
CJ39쇼핑사장조영철56경남고, 연세대 경영부산
제일제당부사장전길환62광주일고, 한양대 화학공학광주
제일제당부사장김진수51경복고, 서울대 농업경제서울
CJ엔터테인먼트부사장이강복50제물포고, 서울대 영어교육인천
CJ푸드시스템부사장김상후54전주고, 서강대 경제학충남 서천
모닝웰부사장이강수54고성고, 건국대 축산가공학강원 고성
CJ GLS상무박대용50상주고, 중앙대 경영학경북 상주
제일제당상무이성기45경복고, 서울대 심리학과서울
제일제당상무김동성44부산고, 고려대 경제학부산
제일제당상무정홍균42충암고, 서울대 식품공학서울
이재현 회장 등 대주주 경영진은 제외.
자료:제일제당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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