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18)효성그룹]“외형보다 내실”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24분


조석래 회장(오른쪽) 등 임원진들이 사내 핵심역량 강화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조석래 회장(오른쪽) 등 임원진들이 사내 핵심역량 강화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효성그룹을 알려면 독특한 기업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효성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개별법인 중심으로 운영해온 기존 체제를 포기하고 실무형 책임경영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퍼포먼스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룹을 섬유 화학 중공업 정보통신 무역 등 7개 퍼포먼스그룹(PG)으로 나누고 그 아래 사업부 단위의 퍼포먼스유니트(PU)를 둬 유기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업구조를 재편한 것. 전문경영인이 소신껏 경영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프로정신’을 강조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돼 있다.

효성은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외형보다 내실을 거두는 경영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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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의 ‘잭 웰치’ 이상운(李相雲) 사장〓효성은 2월 인사를 통해 이상운 최고관리책임자(COO·Chief Operation Officer) 겸 전략본부장 중심으로 그룹 구조를 재편했다. 나이 50의 ‘젊은’ 사장이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는 전문경영인이 된 것. 이 사장은 전무에서 2단계나 승진했다.

파격적 인사 후 열린 화요 경영회의에서 조석래(趙錫來) 회장은 그를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에 비유하며 향후 효성을 이끌어갈 전문경영인으로 꼽았다는 후문.

이 사장은 1998년 효성물산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때 ‘기피 직책’이었던 재무담당을 자원, 금융권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것.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 전무로 승진, 회장 비서실장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구조조정 등 그룹의 각종 현안을 총괄했다. 조 회장의 심중을 가장 잘 읽는 경영인으로 꼽힌다.

▽전문가 아니면 최고가 될 수 없다〓효성의 경영진 25명은 요즘 서강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이들이 뒤늦게 공부에 뛰어든 것은 ‘배우고 익혀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효성의 사풍(社風) 때문. 전문지식 없이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조 회장의 경영철학도 임원들의 학구열을 자극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는 각 PG장의 면모에서도 잘 나타난다.

고대종(高大鍾·부사장) 섬유1PG장 겸 PET 원사 PU장은 1968년 효성에 입사한 뒤 동양폴리에스터 울산 공장장과 연구개발 담당 등을 거치면서 34년째 섬유 관련 업무에 몰두해 왔다. 실무자 시절엔 섬유기술 특허도 많이 냈다.

안홍문(安洪文·부사장) 섬유2PG장도 섬유 전문가로 꼽힌다. 고 부사장과 입사동기로 30년간 울산공장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실무자보다 관련지식이 풍부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중독자’라는 수식어도 늘 그를 따라다닌다.

화학PG장인 이계호(李啓浩) 부사장은 그룹 내의 대표적인 ‘재무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대구은행 출신으로 효성에서는 재무업무를 담당하며 외환위기의 파고(波高)를 넘는 데 기여했다. 부하들로부터 존경받는 덕장 스타일.

청년 시절 한때 신문기자로 활약했던 이돈영(李敦榮·사장) 중공업PG장은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지만 꾸준한 자기 노력을 통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최고경영자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건설 출신인 건설PG장 송형진(宋炯鎭) 사장도 풍부한 건설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직원의 개인생활까지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치밀하다.

정보통신 PG장인 추지석(秋智錫) 부회장은 기술 및 경영 흐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난 몇 년간 그룹의 구조조정에 기여했다. 효성BASF와 KEP의 매각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추준석(秋俊錫) 전 중소기업청장, 추호석(秋浩錫) 전 대우중공업 사장의 맏형.

▽최고관리책임자가 그룹의 시너지를 높인다〓전략, 지원, 재무 등 3개 본부는 그룹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조직.

김충훈(金忠勳·전무) 재무본부장은 ㈜대우에서 영입된 재무관리 베테랑이다. 현재 ㈜효성의 구조조정본부장을 겸하고 있는데 협상능력과 폭넓은 인맥 등이 장점.

종합조정실장 출신인 이병인(李秉仁·부사장) 지원본부장은 그룹 운영 전반에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귀가 열린’ 임원이어서 고민 상담을 하는 부하가 많다는 평.

회장 비서실장인 이세연(李世淵) 전무는 촉망받는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4년간 누적적자로 허덕이던 동양염공의 사장으로 부임해 1년 만에 흑자경영이라는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효성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직책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COO 겸 전략본부장사장이상운50경기고 서울대 섬유공서울
섬유 1PG장부사장고대종57중동고 서울대 섬유공경기 용인
섬유 2PG장부사장안홍문57부산고 서울대 응용화학경남 함안
화학 PG장부사장이계호54대구상고 연세대 경영경북 고령
중공업 PG장사장이돈영59경기고 서울대 영어교육서울
건설 PG장사장송형진60경기고 한양대 토목공학서울
정보통신 PG장부회장추지석61경남고 서울대 화학공서울
재무본부장전무김충훈56군산고 연세대 정치외교서울
지원본부장부사장이병인53부산고 부산대 경영경남 함안
비서실장전무이세연51경북사대부고 경북대 경제대구
HDS 대표이사부사장최병인40우신고 서울대 항공우주공서울
조석래 회장 등 대주주 일가 경영진은 제외.
자료:효성그룹·www.hyo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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