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브랜드가 기업 생존 좌우"

  • 입력 2002년 4월 8일 17시 19분


나이키 소니 인텔 BMW 샤넬 루이뷔통….

이름만 들어도 믿음직한 세계적인 브랜드들이다. 주머니가 두둑한 소비자라면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 해도 이들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가진 힘이다.

지금은 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설비 부동산 등 장부가치와 브랜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非)장부가치의 비중이 30 대 70 정도로 비장부가치가 훨씬 커지는 시대이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라는 코카콜라의 2000년말 기업가치는 총 1440억달러(약 187조원). 이 가운데 장부가치는 95억달러(약 12조원) 정도인 반면 브랜드가치는 725억달러(약 9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머지 620억달러는 노하우 영업권 등 무형가치.

저가(低價)를 무기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한국 기업들도 이제 브랜드 파워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전세계 소비자가 인정해주는 일류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차종을 개발할 때마다 전문 브랜드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신제품의 이미지, 타깃 소비자층, 목표 시장점유율, 목표 수출시장에 맞춰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제품명을 결정한다. 지난해 발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테라칸’과 5인승 미니밴 ‘라비타’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미국의 중산층 이상 소비자를 겨냥한 테라칸(‘대륙의 황제’를 뜻하는 라틴어)은 힘있고 고급스러운 제품 이미지에 맞춰 이름이 지어졌다. 라비타(‘삶’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유럽의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LG전자는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일명 벽걸이TV) ‘X캔버스’를 시판하기 전에 제품 이름 앞에 LG라는 사명을 붙여야 할지를 고민하다 ‘해외시장에서는 LG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LG를 떼내고 제품명만으로 승부를 걸기로 결정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값싼 이미지를 벗기 위해 ‘렉서스’라는 브랜드 이름만으로 미국 고급차 시장에 도전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전자는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고급가전 시장에서 고화질 프로젝션TV ‘파브’와 고급형 양문닫이 냉장고 ‘지펠’을 삼성이라는 회사명을 떼내고 팔고 있다.

KT(옛 한국통신)와 KTF는 지난해말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본사를 방문, 실무자들을 만나 브랜드관리 선진기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의 문달주 브랜드전략연구소장은 “브랜드의 힘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는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강한 브랜드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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