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석유메이저 엑슨사 이미지개선 작업 착수

  • 입력 2002년 4월 5일 19시 17분


‘석유업체가 환경도 보호하고 인권도 증진하면서 유전을 개발하고 송유관도 건설한다.’

세계 최대의 석유업체인 엑슨이 아프리카 차드와 카메룬에서 언뜻 모순돼 보이는 이 같은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고 경제 격주간지 포천 최신호(4월15일자)가 전했다.

국제 석유업체들은 그동안 저개발국 독재정권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고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유전을 개발해 왔다. 국제사회의 지탄도 그치지 않았다. 엑슨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90년대 로열 더치 셸의 유전 개발을 둘러싸고 원주민 운동가인 켄 사로 위아 등 80여명이 사망했다. 수단과 앙골라에서는 석유업체들이 유전개발을 위해 부패 정권이 벌이는 내전을 간접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석유업체들의 환경 파괴와 인권 경시에 대한 국제사회, 특히 비정부기구(NGO)들의 공격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엑슨은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그 첫 시험대가 35억달러 규모의 차드∼카메룬간 송유관 건설. 엑슨은 계획단계부터 NGO 및 세계은행 등과 환경문제를 함께 논의했다. 그린피스와 ‘지구의 벗들’, 휴먼 라이츠 워치 등 250여 NGO들과 145차례나 회의를 가졌다. 희귀동물 서식지인 습지와 산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경로를 찾아내기 위해 60여 차례나 송유관 경로를 변경하기도 했다.

카메룬에 2개의 국립공원 건립 자금을 지원하고 차드의 소인종족인 피그미족 보호기금을 설립하기도 했다. 세계은행이 차드에 9300만달러(약 1209억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보증을 서기도 했다. 이 밖에 학교 및 병원, 식수장 건립 및 에이즈 예방교육, 현지 기업 지원 등의 명목으로 150만달러(약 19억5000만원)를 차드에 지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실험’은 아직도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NGO들은 열대 우림을 훼손하지 말라고 하지만 원주민들은 산림을 없애고 개발해달라는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다. 엑슨이 유전개발 선금으로 차드 정부에 지불한 돈의 일부가 무기 구입에 사용되기도 했다.

포천지는 엑슨이 선의의 개발 지원자로 인식될지, 더 많은 이윤을 노리는 또 하나의 석유업체로 인식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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