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김상영/하이닉스 시한폭탄 터질까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23분


지표상으로 볼 때 대내외적으로 국내 경기에 좋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경기에 결정적 열쇠를 쥔 미국경기에 대한 긍정적 지표와 전망이 잇따라나오고 있다. 미국의 2월 제조업지수는 19개월만에 확장 국면에 진입했으며 소비지출과 개인소득도 증가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경기가 저점을 통과했거나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내적으로도 생산 출하 소비 투자 전 부문에서 1월중 괄목할만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수출이 아직 부진하지만 감소세가 둔화되는 데다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늦어도 2·4분기(4∼6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국내 종합주가지수도 어느덧 82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좋은 일엔 반드시 악재가 따르는 법.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파업 중인 발전노조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 경제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인 공기업 개혁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철도노조도 파업을 풀긴 했지만 민영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미봉책으로 넘긴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주 발전노조 파업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인지는 민영화로 상징되는 공기업 개혁의 향후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경제의 암초인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

채권단은 마이크론테크놀러지에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2월28일까지 답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마이크론측은 아직 답변서를 보내오지 않았다. 마이크론 내부에서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즉, 반도체 값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하이닉스를 인수하기보다는 호황에 대비해 설비투자를 늘리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헐값에 하이닉스를 팔지 말고 독자생존시키자는 국내의 일부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값 상승이 양측 모두에 여유를 갖게 하면서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셈이다. 마이크론은 주주들의 눈치를 살피고, 한국의 채권단은 ‘헐값 매각’이라는 국민감정을 살피느라 양측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하이닉스라는 시한폭탄이 다시 작동함으로써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현재의 주가 상승은 한국과 미국의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팽팽하다.

어쨌든 이번 주로 예상되는 마이크론측의 결론이 하이닉스 인수 포기로 나올 경우에 대비해 한국은 이 ‘골칫덩어리 기업’에 대한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영 경제부차장 you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