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투자협정 타결]양국 자유무역협정 논의 급물살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57분


한일 투자협정이 22일 타결됨으로써 양국간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협정은 한국이 다른 나라와 처음 맺는 투자협정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협정 타결로 현재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동북아 지역경제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이 장기 경기침체로 투자 여력이 별로 없고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노동문제에서 명확한 결론을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협정의 효과가 의문시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정부가 노사분규 해결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을 안심시키지 못한 채 협정 타결만 서둘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 얼마나 촉진될까〓투자협정을 체결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협정에 따라 투자가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해 줌으로써 위험 요소를 줄이고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91년 미국과 투자협정을 맺은 아르헨티나와 러시아의 경우 협정 체결 덕분에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아르헨티나는 협정 체결 전 3년간의 외국인 투자액이 13억3700만달러였으나 체결 후 3년간은 32억2200만달러로 늘었다. 러시아도 체결 3년 전에는 실적이 없다가 체결 후 3년간 8억8500만달러를 유치했다.

산업자원부 배성기(裵成基) 전 국제협력투자국장은 “중국으로 향하려던 일본 기업들을 상당수 한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의 561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6개가 해외로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진출 희망 국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비공식 루트에 따르면 상당수가 중국행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 이번 협정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가 법적으로 보장되면 노동의 질이나 각종 인프라 여건 등을 볼 때 한국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 불황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투자 여력이 줄어 한국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다른 나라의 한국 투자에도 영향〓일본의 대한 투자 규모는 1962년부터 올해 11월까지 112억달러로 외국인 투자 총 774억달러의 14.6%에 달한다. 미국에 이어 2위의 투자국이다.

KIEP의 김준동(金準東)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내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한국의 정책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를 불식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 협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보장해 줌으로써 대외적 신인도를 높이고 다른 나라의 투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기업들이 특히 걱정하는 노사분규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시되기도 한다. 80년대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고 철수한 경험을 가진 외국 기업들, 특히 일본 기업들은 “다시는 한국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일본 현지의 분위기.

이번 협정에서는 노사분규 해결 절차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고 선언적 의미만 명시함으로써 협정이 타결됐어도 실제 돈을 투자하는 일본 기업들은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른 외국기업들도 섣불리 나서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고용과 무역수지 개선될까〓외교통상부와 산자부는 “이번 타결로 고용유발과 무역수지 개선, 산업구조 고도화, 기술 및 첨단 경영기법 전파, 세수 증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부품 소재, 기계류 등의 일본 기업은 한국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아예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많다는 것. 따라서 한국은 이 분야의 무역적자(지난해 143억달러)를 줄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첨단 분야의 기술 이전이나 국내 고용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사실상 그동안에도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99% 개방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협정에는 기술 이전 의무나 국내 고용 의무 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내리막길에 있는 기술이나 공장 등이 이전될 가능성이 많다.

<신연수기자·도쿄〓이영이특파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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