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美마이크론 전략적 제휴 추진 합의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38분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합병 등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겠다고 공동 발표했다.

하이닉스의 박종섭(朴宗燮) 사장은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하이닉스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이크론과 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제휴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제휴방안은 한달 내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또 “중국과의 설비매각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D램 업계의 세계 2위 업체인 마이크론과 3위 업체 하이닉스가 합병할 경우 ‘거대 연합군’이 돼 이 업체의 D램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하는 등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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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제휴, 어떻게 진행될까〓양사는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에만 공감했기 때문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반도체 전문애널리스트인 최석포(崔錫布)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지분교환을 통한 합병이나 제3자 배정방식의 대규모 증자를 기대하겠지만 마이크론은 감산 등의 업무협조를 위해 약간의 지분만 교환하거나 핵심설비와 부채만을 인수하는 자산부채인수(P&A) 방식을 선호할 듯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적자가 마이크론의 회계에 반영되면 주주의 반발이 일어날 것을 우려할 것이고 하이닉스도 감자가 불가피해 소액주주의 반대에 부닥칠 것으로 보여 대규모 지분교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합병, 반도체 시장엔 긍정적〓양사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되면 만성 공급과잉인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교보증권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생산물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PC업체 등에 대한 영향력이 커져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라며 “양사의 결합형태가 강할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게 재구성돼 D램 생산량도 줄어들며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영해·박정훈기자>yhchoi65@donga.com

▼[박종섭사장 일문일답] "한국인력-미국자본 보완효과"

“비즈니스에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박종섭 사장은 3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와의 전략적 제휴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업계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이같이 비유했다.

-어떤 방식의 제휴를 생각하나.

“합병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경영진과 종업원은 우리 위치를 확고하게 지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만 채권단은 다른 방법을 선호할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검토할 문제다. 합병 여부는 한달 안에 가시적인 판단이 설 것이다.”

-마이크론과는 유사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데 시너지 효과가 있나.

“마이크론은 부채가 거의 없다. 현금 보유량이 많고 재무상태가 좋다. 또 국제적으로 D램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일본은 물론 유럽, 싱가포르에도 D램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반면 하이닉스는 낮은 생산원가와 좋은 인력을 갖고 있으므로 서로 보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과의 설비매각 협상은 어떻게 되나.

“중국 설비매각 협상은 3개월에서 6개월 가까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여러 장단점을 비교해 검토해야 한다. 중국과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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