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마이크론 합병 추진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6시 45분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경쟁사인 마이크론(미국) 인피니온(독일) 등 외국의 대형반도체회사와 합병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채권단은 세계 1∼4위의 반도체업체와 합병한다는 목표하에 삼성전자도 합병대상기업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이크론이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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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임원진은 이미 마이크론 본사를 방문, 합병의사를 전달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한 상태다.

앞으로 세계 반도체업계는 하이닉스 인수업체를 중심으로 한 독과점 체제가 형성돼 원가경쟁력이 낮은 일본과 대만업체는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합병이 최선책 판단〓채권단 고위관계자는 20일 "하이닉스의 잉여설비를 중국에 파는 것은 괜찮지만 핵심설비와 기술까지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며 "대신 외국의 대형반도체회사와 합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업계는 과잉설비투자 및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어 대형업체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합병대상은 마이크론(2위)과 인피니온(4위)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인피니온은 이미 일본 도시바와의 합병을 선언했으나 이 컨소시엄에 하이닉스를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통과된 이후 삼성전자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며 "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또는 인피니온과 합병하면 삼성전자가 D램시장의 주도적 위치를 빼앗기기 때문에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업계 지각변동 예고〓하이닉스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반도체시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켜 삼성전자 인피니온-도시바 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빅3 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살아남기가 어렵게 된다.

교보증권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하이닉스-마이크론 결합과 관련, 마이크론은 256메가D램 생산비중이 삼성전자에 비해 떨어지고 하이닉스도 시설 업그레이드가 늦어지고 있어 상호보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는 재무상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고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라인을 이용해 제품구조를 다양화하면 D램의 수급 여건도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커다란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를 합치면 D램 시장점유율이 35%나 돼 삼성을 압도한다.합병을 추진중인 인피니온과 도시바는 15% 안팎이다.

채권단은 합병에 앞서 반도체잉여설비 중국 매각 등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내년 상반기중 주식병합을 통한 감자(자본금감소)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하이닉스측은 "외국 경쟁사와의 합병추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최근 반도체 경기가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 자구계획을 착실히 진행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영.박정훈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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