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해외평가 엇갈려…"영업력 우수" vs "곧 시장퇴출"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56분


채권단이 자금지원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하이닉스가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업력은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보다 우수하다고 밝혔다.

이는 채권단이 신규 자금지원 5000억원 등 채무조정안에 동의해 주면 하이닉스는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본 것. 그러나 채무조정 후에도 연말 현금보유잔액(기존주주 유상증자 5000억원 제외시)은 약 1200억원에 불과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하이닉스반도체는 차세대 반도체를 위해 투자할 돈이 말라 버렸기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닉스 재정주간사인 SSB는 3일 열린 채권단 회의에서 “하이닉스가 영업이익과 매출액 등 영업 경쟁력면에서는 마이크론보다 낫지만 차입금과 이자상환부담 등 열악한 재무구조로 인해 손실이 생기고 있는 만큼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면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SB는 하이닉스가 시설 투자를 계속하면 생산 원가도 마이크론을 앞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SSB 분석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올 2·4분기(4∼6월) 매출총이익은 80억원(매출액 대비 1%)이지만 마이크론은 -1500만달러(〃 -2%)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하이닉스는 -211억원(〃 -22%)이지만 마이크론은-2억6600만달러(〃-33%)로 집계됐다.

반면 총차입금은 마이크론이 5억4600만달러인데 반해 하이닉스는 약 10배인 55억2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현재 세계 D램 시장에서 마이크론은 2위(점유율 18.7%), 하이닉스는 3위(17.1%)를 차지하고 있어 마이크론은 생존 차원에서 미국 정부에 “한국 정부의 하이닉스 지원을 막아달라”며 로비를 펼치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반도체업계가 과잉 공급과 수요 부진으로 장기 불황에 빠져 있다”며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올 4·4분기부터 반도체 경기 회복을 전망하고 있으나 경기 회복은 ‘V’자형이 아니라 ‘L’자형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반도체경기가 연내에 수요 증가로 회복세를 타기 시작하더라도 반도체 가격은 한동안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에 따라 도시바 NEC 등 일본의 D램 생산업체들은 이미 임직원을 3만7500명이나 줄였고 히타치는 D램사업에서 철수했으며 도시바는 독일 인피니온 등 경쟁업체와의 제휴 방안을 모색하는 등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홍찬선·김두영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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