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정제도 어떻게 바뀌나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0분


재벌 규제의 큰 핵심인 30대 그룹 지정제도가 현행 ‘자산 순위’에서 ‘자산규모’ 기준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어느 그룹까지 이 제도의 적용을 받을지가 관심이다.

이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은 지정 기준을 자산규모 30조원, 20조원 등의 예를 들었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그룹 수는 4개나 7개가 된다. 10조원으로 자른다면 12위 그룹까지가 해당된다.

야당은 30개라는 획일적인 기준을 이처럼 덩치가 큰 일부 몇 개 그룹만 적용하도록 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자산규모를 30조원 이상으로 정하면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4대 그룹만 해당된다. 20조원 이상으로 하면 현대 한진 포철이 추가로 포함된다. 10조원 이상이면 추가로 하이닉스 롯데 금호 한화 두산그룹 정도가 규제를 받게 된다.

▼대규모 기업집단 자산총액▼

순위기업집단자산총액
1삼성69.9
2LG52.0
3SK47.4
4현대자동차36.1
5현대26.7
6한진21.3
7포항제철21.2
8하이닉스반도체17.9
9롯데17.0
10금호11.6
11한화11.5
12두산11.2
13쌍용9.0
14현대건설7.3
15현대정유7.2
16한솔7.0
17동부5.8
18동양5.1
19효성5.0
20대림4.8
21제일제당4.8
22코오롱4.6
23동국제강4.3
24현대산업개발4.1
25하나로통신3.4
26신세계3.2
27영풍2.9
28현대백화점2.9
29동양화학2.8
30대우전자2.7
31태광산업2.6
32고합2.5

그러나 정작 여야 합의문에서는 ‘자산 순위 기준에서 자산규모 기준으로 개편하는 등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언급하지 않아 앞으로 제도개선은 여러 방안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다만 이 제도를 원용한 29개 법령과 40개 규제사안들은 개별 법령의 취지에 맞게 고쳐나간다는 것이다. 30대 그룹 지정제도는 공정거래법에만 적용되고 곁가지였던 다른 법령에서는 독자적으로 규제 강도를 정하겠다는 것. 사실상 30대 그룹 지정의 효과가 상당 부분 빛바래지는 것이다.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책협의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기본 틀이 변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적용할 경우 자동적으로 가해지는 규제장치인 상호출자 금지, 지급보증 금지, 출자총액 제한 등 3대 규제를 그대로 살려놓겠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여야정책협의회에서 5대 그룹과 6∼30대 그룹을 분류해 경제력 집중도와 함께 계열사 수 변화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오히려 6∼30대 그룹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외환위기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그룹들이 대부분 10대 이하라는 점에서 규제장치를 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방침이다.

민주당이나 자민련측에선 이 문제에 대한 통일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의원마다 이견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앞으로 이 제도의 본질을 고수하려는 공정위와 대폭 완화를 요구하는 재계 및 한나라당과의 방침이 충돌하면서 제도 변경에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