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왜 청운동으로…"고인 손때묻은 집으로" 유족결정

  • 입력 2001년 3월 22일 19시 14분


빈소로 들어가는 정주영 회장 시신
빈소로 들어가는 정주영 회장 시신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직후 가족과 측근들은 잇달아 회의를 열고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검소’를 제1 덕목으로 삼고 살아온 고인의 뜻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측은 같은 이유에서 빈소도 당초 아산중앙병원(서울 풍납동 소재)에서 청운동 자택으로 바꿨다.

▽빈소가 왜 청운동인가〓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빈소가 갑자기 종로구 청운동 자택으로 바뀐 배경은 가족의 ‘강력한 뜻’ 때문이었다. 현대는 당초 빈소로 서울중앙병원 영안실을 사용하기로 하고 준비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최한영 현대차 상무는 “전날 심야 가족회의에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택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라며 “고인이 청운동집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는 점도 자택에 빈소를 차리게 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에 “우리 집은 청운동 인왕산 아래에 있는데 산골 물 흐르는 소리와 산기슭을 훑으며 오르내리는 바람소리가 좋은 터”라며 자랑삼아 얘기했다. 현대의 상징이 계동사옥이라면 그의 손때가 묻은 자택은 현대가(家)의 구심점인 셈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 3월 청운동집을 장남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물려주고 가회동 새집에서 집들이까지 마쳤지만 다시 돌아와 마지막까지 중앙병원과 청운동집을 오가며 정을 떼지 못했다.

▽가족장으로 치른다〓현대와 유족측은 ‘가족장’을 결정했으나 각계에서 사회장이나 국민장을 권유하고 있어 장례 형식은 아직 유동적이다. 정순원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임종 직후 가족이 장례절차를 상의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평소 신념인 근검 절약을 가시는 길까지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족장이 좋겠다는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가족장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22일 사회장이나 국민장을 치르는 방안을 정부측에 건의했다.

▽장례 절차도 간소하게〓장례절차는 장례규모가 가족장 사회장 국민장 중에서 어느 쪽으로 결정될지에 따라 가변적이다. 정순원 현대차 부사장은 “가족장으로 최종 결정될 경우 노제도 생략하고 특별한 절차는 없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25일 오전 8시 자택을 떠나 경기 하남시 선영으로 떠나는 단출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측의 권유가 있어 사회장이나 국민장으로 치를 경우 현대와 정부측 인사가 모여 포괄적인 장례절차를 협의해 나가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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